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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한화의 '9월 위기설'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3. 4. 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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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9. 16

 

8월 말부터 한국 경제에는 ‘9월 위기설’이 퍼졌다. 의미 있는 숫자들은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몇몇 언론들은 ‘위기설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더 큰 문제’라고 소리쳤다. 한국 경제는 채권 만기일을 무사히 넘기는가 싶더니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미국발 대형 금융업체 파산 소식에 휘청거리고 있다.

 

위기설은 경고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위기’를 감추는 것은 더 큰 위기를 가져온다. ‘설’이 터졌을 때 일찌감치 준비하는 게 더 큰 화를 막는 지름길이다.

올림픽이 끝난 8월 말, 프로야구 한화를 두고 ‘위기설’이 터져나왔다.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이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데다, 막강 타선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 ‘무슨 위기냐’는 말이 나왔지만 징후는 뚜렷했다. 한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는 “한화의 남은 일정이 아주 좋지 않다”며 “한화가 4강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한화는 올림픽 이후 4강팀인 롯데-SK-두산-삼성을 줄줄이 만났다. 특히 첫 상대였던 롯데가 문제였다. 베이징올림픽 미국과의 첫 경기를 지켜본 SK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은 “이대호의 왼쪽 팔꿈치 높이가 달라졌다. 다시 무서운 이대호가 됐다”며 “다행히 우리는 후반기에 롯데와 2경기밖에 남지 않았다”고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올림픽에서 되살아난 이대호는 한화와의 첫 3연전에서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에 안타 수만큼의 타점(5개)을 올렸다. 한화는 롯데에 3연패를 당했다. 2승 10패 뒤 LG를 만났을 때 한화의 한 선수는 “하필 LG도 봉중근과 옥스프링에 걸렸다”고 했다. LG에 2패를 당한 뒤 류현진 선발 등판 때 간신히 1승을 챙겼다.

 

지표는 명확했다. 장타율은 좀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올림픽 이전 4할1푼2리의 장타율은 이후 13경기에서 2할8푼2리로 떨어져 있었다. 한국 경제처럼 외국 변수도 있었다. 본인은 부정했지만 오릭스를 중심으로 한 일본 구단 스카우트들은 끊임없이 덕 클락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다.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외국인들의 ‘순매수’.

 

한화 김인식 감독도 ‘위기’를 인식하고 있었다. 류현진이 절실했지만 ‘외환 방어’를 위해 달러를 쏟아붓지는 않았다. 4일 휴식이 아닌 5일 휴식을 철저하게 지켰다. 17일 LG와의 2차전에서 류현진을 대기시키기는 했지만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대신 김혁민 유원상 등 젊은피를 선발 마운드에 중용했다.

 

마무리 토마스의 선발 등판도 고려됐지만 결국 정석을 택했다.터지지 않는 타선에 대해서도 채근하지 않았다. 꾸준하게 중심타선을 중용하는 대신 어린 선수들 기용에 변화를 주며 자극했다. 주장 김민재는 알아서 밤마다 타자들을 옥상으로 불러 스윙 100개씩을 함께했다. 한화의 위기탈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위기설’은 위기 탈출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프로야구 남은 시즌이 그래서 더 뜨겁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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