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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태도가 낳은 ‘다이아몬드 혁명’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3. 5. 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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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22

 

20일 탬파베이 홈구장인 트로피카나필드. 2루수 이와무라 아키노리는 보스턴 제드 라우리의 땅볼을 잡은 뒤 잠시 망설였다. 던질까 말까. 그대로 2루 베이스를 향해 뛰어갔고, 이와무라의 발이 2루를 밟는 순간, ‘꼴찌의 반란’은 월드시리즈까지 이어졌다. 팀 창단 10년 만에 올라온 꿈의 무대. 뿔테 안경을 쓴 학자 스타일의 조 매든 감독도 그 순간만큼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선수들은 마운드에서 한데 엉켜 사람 산을 쌓았다.

매든 감독의 힘이었다. 그간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던 오합지졸의 자신감을 키운 끝에 하나로 뭉치게 했다. 단단한 팀워크는 그 어떤 직구보다 강했다. 매든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티셔츠를 공개했다. 가슴에는 ’9=8’이라고 적혀 있었다. ‘9명이 뭉치면 반드시 8팀이 겨루는 가을 야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투수들, 특히 불펜진은 원정 때마다 점심을 함께하며 우정과 끈끈한 결속력을 다졌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우리말에 있듯 ‘식구(食口)’란 뜻이다. 7차전 선발투수 맷 가자의 7이닝 호투 뒤 ‘식구’인 댄 휠러, J P 하웰, 브래드 포드,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타자가 바뀔 때마다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지켜냈다.

 

타선도 끈끈했다. 방망이에 바르는 송진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이와무라가 머리를 모히칸 스타일로 잘랐을 때, 젊은 선수들이 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그 수는 절반이 넘었다. 매든 감독의 머리칼도 모히칸 스타일이 돼 있었다. 이제 그 머리는 탬파베이의 명물이 됐다. 식구는 가족이다.

 

한 시즌 96패를 했던 팀이 다음 시즌 97승을 거두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실력이 순식간에 늘었을 리도 없다. 그래서 매든 감독은 “태도가 결과를 낳는다”(Attitude is decision)고 했다. 모든 것은 임하는 자세로부터. 초구를 어떻게 던질 것인가 하는…. 그래서 가자의 직구는 힘이 넘쳤다.

 

매든 감독은 2007시즌을 앞두고 선수를 5단계로 구분했다. 선수의 태도에 따른 구분. 1.메이저리그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은 선수. 2.메이저리그에 머물기를 원하는 선수.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야구장에 나올 때도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나오게 되는 단계. 3.스스로에게 “나는 여기 소속돼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여기 이 선수들과 함께 경기할 수 있다”고 말하는 단계. 4.“나는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야구로) 벌고 싶다”의 단계. 5.“나는 승리하고 싶다”의 단계.

 

매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1단계에서 3단계로, 그다음 5단계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 목표는 2년 만에 성공했다.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태도는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나도 당신도 마찬가지. 지금 우리는 몇 단계의 선수일까 하는 고민. 태도는 결과를 낳는 법이니까.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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