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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리더의 행동은 바이러스다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3. 5. 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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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09

 

지난 5년간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타선의 에이스는 블라디미르 게레로였다. 대표적인 배드볼(Bad ball) 히터다. 아무 공에나 다 방망이를 휘두른다. 별명이 ‘괴수’다. 전 뉴욕 양키스 투수 마이크 무시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게레로 공략법을 공개했다. 무조건, 바깥쪽 먼 볼을 던질 것.

 

올 시즌 에인절스 타선의 에이스가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양키스에서 뛰었던 바비 어브레유다. 게레로가 부상으로 시즌의 3분의 1가량인 62경기를 결장하는 사이 어브레유가 타선을 이끌었다.

 

어브레유는 게레로와 정반대의 타자다. 좀처럼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 어브레유의 올 시즌 상대 투구에 대한 스윙률은 32.9%밖에 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선수 중 두 번째로 낮다.

 

그로 인해 에인절스 타선의 흐름이,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방망이를 참았다. 에인절스 타선은 지난해 47.2%의 스윙률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4위. 하지만 올 시즌엔 24위로 떨어졌다. 대신 출루율이 높아졌다. 올 시즌 리그 3위다. 에인절스는 2005년 이후 4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statiz.co.kr)’에 따르면 2009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의 올 시즌 스윙률은 41.80%다. 2007년 42.68%에 비하면 0.8%가량 떨어졌다. SK(41.41%), 삼성(41.64%)에 이어 리그 3위다.

 

타선의 에이스 최희섭의 영향이다. 최희섭의 스윙률은 39.81%다. 좀처럼 방망이가 나가지 않았다. 홈런·타점왕인 김상현(46.6%)에 비하면 7%가량이나 낮다. 최희섭이 타석에서 공을 기다리자 다른 타자들도 공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3할3푼6리였던 KIA의 출루율은 올해 3할5푼7리로 높아졌다.

 

에이스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최희섭이 다른 타자들에게 “공을 기다리라”고 한 것은 아니다. 에이스의 타석 때 팀동료의 시선이 모두 모이고, 그가 타석에서 임하는 자세가 전염됐을 뿐이다. 에이스는 그래서 필요하다.

 

방망이를 참는 게 꼭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어브레유와 최희섭이 그랬듯이 에이스, 리더의 존재는 타석에 임하는 자세만으로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에이스가 신중하면 팀 전체가 신중해진다. 어브레유는 “기다리면 더 좋은 타격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섭의 신중함은 조급하던 KIA 타선에 안정감을 가져왔다.

 

세상사도 마찬가지. 리더의 ‘삽질’은 팀원들의 ‘삽질’을 부른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첫 삽이 시작됐다. 아무리 주변에서 ‘나쁜 공’을 치지 말라고 해도, 일단 (삽을) 휘두르는 모양새다.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출루율’을 걱정하고 있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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