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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藝術의 新生活 - 『조선일보』1927.9.2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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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조선인의 민중예술을 고조(高調)하기 위하여 청년 서화가와 조각가 20여인의 협의로써 창광회(蒼光會)가 발기되었다. 이제는 그의 완전한 창립을 보았고 필요한 사업에도 차차 착수키로되었다. 장래 조선인 사회에 조응할 예술 창조에 노력할 것과 건전한 예술로서 조선인 사회 생활의 향상을 기도하는 것이 그의 강령이다. 이것은 평이하여서 기(奇)하지 아닌만큼 아니하면 아니될 조선인 예술가로서의 당연한 진로이오 당연한 진로인것만치 썩 심각한 결심으로써 일관하게 나아가야 할 일이다.

 

2.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 그러나 한 민족이 길고 긴 동안 그 산하 그 풍토에서 자라나고 살아 가면서 그의 기상과 기온의 속에서 특수한 자연의 현상에 감촉하여 오는 동안에 형성되고 성장된 예술적 성능(性能)은 다만 그 환경과 전통을 달리한 수입된 형식과 모조되는 내용으로써만 그 진정한 생명을 창조파악(創造把握)할 수 없고 따라서 또 민족적으로 심각철저하게 그에 영감 체험하는 완상(玩賞)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입신(入神)의 묘(妙)가 있고 조화의 참자취를 헤치어 보임이 있다 할지라도 그의 가장 유기적 감오(感悟)의 원천이 될 향토적 현실미를 떠남으로 말미암아는 오히려 소위 신을 격(隔)하여 가려운데를 밟는 감이 없지아니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서 그의 향토적 천연성―바꿀수 없는 자아유일의 생활환경에 입각하고 출발한 특수경향―을 주축으로 삼고 내용에 담으며 형식으로 표현하는 민중적 예술을 건설하는 것은 언뜻보아 예술가의 취미많은 한사(閑事)인양 그 실은 경세적(經世的) 당위성을 가장 많이 가진 일이 된다. 창광회(蒼光會)의 창립은 민중의 요구를 앞서서 실현하는 시대적 가치를 가진 일이 되는 것이다.


3.


소상팔경(瀟湘八景)을 노래하는 것은 사장(詞章)을 이루고 관현(管絃)에 오르지마는 동해안의 일대산해(一帶山海)의 승지(勝地)를 대표하는 영동의 8경은 일찍 예찬하며 구가(謳歌)하는 자가 없다. {라인} 연안이나 {테임쓰}의 풍경은 근세 화가의 즐기어 전사(傳寫)하는 바이지만 압록의 장류(長流) 국경의 기승(奇勝)이라든지 대동강과 모란봉 평양성의 역사적인 산하경취(山河景趣)는 오히려 등한하여졋었다. 삼각산의 준엄함과 북한(北漢)의 증릉함과 한강 연안의 명려(明麗)한 풍광도 아직은 많이 묘사하고 애상함이 드물었다. 가림자타고 뒤쪽쫏고 깁저고리 긴치마로 우미(優美)한 조선 여성의 자태를 그대로 조각품으로 옮긴다든지 고의적삼에 벙거지 눌러쓰고 걷은 정갱이에 광이짚고 나아가는 질박한 농인(農人)의 행색을 그대로 표현하여 놓은 진정한 조선인의 예술은 근자 모두 그 기운이 돌고 엄싹이 돋을 뿐이다. 무릇 명랑한 천상 장려한 산하 유한한 농촌의 경광으로부터 청수순후(淸秀淳厚)한 인물 풍속까지를 그들의 민중적 예술의 주재(主材)로서 종횡(縱橫)하야 구현하고 개척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조선적의 또 조선인적의 새 감격을 주고 새 생명을 불러 일으키고 새 생활을 고무(鼓舞) 또 강조하는 데에 퍽 필요한 것이다. 나는 창광회(蒼光會)의 사명이 범연한 듯 매우 큰 것을 단언한다.


4.


전람회를 열고 연구소를 설립하며 그리고 또 잡지를 발행키로 한다고 한다. 이것은 외타(外他)의 힘을 빌지않고 독자의 노력으로써 그 민중적인 예술을 수립 또는 옹호하는 점으로 보아서 퍽 필요한 일이다. 이는 세속적 간섭을 피한다든지 따로이 무용한 문호(門戶)를 베풀자 함 만은 아닌 것이오 그들의 독특한 사명―조선인 예술가로서의 천직을 다하기 위하여 사양할 수 없는 큰 임무이다. 창광회(蒼光會)의 창립이 늦지 아니하니 이 자각과 결심이 있는 오늘부터가 곧 가장 적당한 시기가 되는 것이다. 오인(吾人)은 동회제씨(同會諸氏)가 최초의 일념을 위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일관의 노력을 하기를 촉(促)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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