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서적검열에 대하여 - 『대한민보』1909.11.23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18:16

본문

인쇄 매체 무릇 서적은 한 개인의 영업 또는 자선에 불과하나 이 서적이 한 번 나오게 되면 세상을 이롭게 하고 병들게 하는 것과 관계가 있으니 그러한즉 서적은 곧 천하의 공물(公物)이라 어찌 하나의 사사로운 뜻으로 동진서개(東塵西芥)를 임수(任收)하고 패설이담(稗說리談)을 주워 들여서 천하의 안목을 현란케 하리오 그러므로 당국자가 서적의 정미(精美: 정교한 아름다움)를 취하기 위해서 검열법을 처음 내니 이 법이 서적계에 광채를 더하리라고 일컬을 수 있으나 그러나 우리들은 이에 대해 생각해 볼 점이 없지 않도다 만일 서적의 정미를 취할진대 인가를 청하는 서적이 들어오면 검열을 빨리 실행하여 정미하다든지 조잡하다든지 하는 결정의 지체가 없으면 저자가 반드시 성(盛)하여 서적계의 광채가 날로 빛날 것이어늘 무릇 어떤 한 서적이 들어오면 검열이 무기한으로 몇 달, 몇 해가 지나되 한 마디의 가부(可否)가 없고 혹 검열 안(閱案)에 들어온 것도 다수의 층석이 첩생함으로 인하여 인가를 청한 자가 지리한 생각이 들 뿐만 아니라 고뇌하게 되어 인가를 청한 것을 스스로 후회하여 말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책 심사 받는 것이라고 하니 그러한즉 다시 책을 쓸 자기 어디에 있으리오 오호라 한 권의 책이 독자가 좋고 싫어하기는 쉬우나 저자의 노력은 그 많은 달과 해를 소비한 것이라 어찌 한 마디로 경솔하게 던져 버릴 수 있으리오 하물며 교과서는 그 심력을 다할 뿐 아니라 또 인가를 청할 때에 상당한 검사비가 있으니 궁벽한 처지의 선비들, 유학자들이 이렇게 지극히 어려운 일에 종사할 자가 누가 있으리오 혹 서적이 날로 증가함을 막고자하면 그만이어니와 만약 서적을 장려할진대 당국자는 그 검열방법을 빠르게 하고 취사 수단을 관대하게 하여 다른 사람이 무수하게 공을 들인 것을 한 구절이 잘못되었다하여 버리지 말고 한 행의 오류로 던지지 말아서 저자로 하여금 기대를 꺾게 하지 말게 할지어다 이와 같이 몇 번을 지나게 되면 저자가 날로 줄어들 것이오 날로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두 없게 될 것이니 저자가 없는 때에는 검토자는 무슨 책을 검토할 것인가 오호라 당국제공이여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