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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가옥을 외인(外人)에게 매도(賣渡)하는 자에게 경고함 - 『대한매일신보』1908.1.8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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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매체 요즈음 경성내의 실지 시험과 외방에서 오는 사람들의 소문과 본사원의 탐보에 의거해 보자면, 한국인이 그 집과 전답을 외국인에게 매도하는 자가 많도다.

 

그러므로 오서각방(五署各坊)에 써붙인 문패가 태반이 가등(加藤), 견총(犬塚) 등이고, 먼 고을, 가까운 마을 가릴 것 없이, 백운리(白雲裡)사가촌(捨家村)에도 왕왕 일본인 집이 두서 채씩 되며 여러 이랑의 논에도 일본인 소유가 그 몇 두락인데, 이는 다 일본 사람이 자기가 건축, 개간한 것도 아니며 강점 늑탈한 것도 아니라, 바로 집주인, 논주인 되는 한국인이 기꺼이 매도한 것이로다.


슬프도다 사람이 심장이 없도다, 없도다 한들 어찌 이와 같이 없으며, 사람이 수치를 모른다, 모른다 한들 어찌 이와 같이 모르며, 사람이 앞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않는다 한들 어찌 이와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무릇 이 국토는 대한민족의 사천만 공산업(共産業)이 아닌가 단군, 기자 이래로 허다한 성현호걸이 사천년을 힘을 들여 형굮을 수전(手剪-손으로 잘라 냄)하며 산야를 개척하고 국방을 엄하게 하여 외적을 막아 내었는데, 혹 수양제, 당태종의 맹폭한 군사들을 물고기 뱃속에 장례 지내고(굴원의 어부사에 나오는 유명한 고사임. 여기서는 물에 빠뜨려 죽였다는 뜻), 혹 여진, 거란의 큰 도적을 말굽으로 밟아 물리치며, 기타 부산홍건적, 일본왜구의 침략을 끝까지 쫓아가 섬멸하여 억만세자손에게 청전(靑氈: 푸른 모전)을 전하였으니, 그러한즉 자손된 오늘 한국인이 이 산업을 전수하여 얼음을 밟듯이 골짜기에 다다른 듯이 전긍수호(戰兢守護)하되 만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와 모래 한 톨, 독 한 개라도 원수가 노리게 되거든 칼을 잡은 사람은 칼로, 창을 잡은 사람은 창으로 몽둥이를 든 사람은 몽둥이로 앞선 이가 넘어지며 뒤에 있는 이들이 나아가며, 왼편의 사람이 다치면, 오른 편의 사람들이 뛰어 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눈을 찢어지게 떠서 '적이다, 적이다'라고 크게 외치면서 우리의 하나뿐인 산하를 지켜내야만 할 터인데,


어찌하여 오늘 이 무리들은 마음이 온통 '망(亡)'자에만 있는지 몇 푼돈의 이익을 탐하여 전답을 외국인에게 공여하는데 동쪽 마을 아무개씨의 몇 마지기, 서쪽 모씨의 몇 마지기, 오늘 몇 마지기, 내일 몇 마지기를 한 마지기씩, 두 마지기씩 외국인에게 매도하여 심지어 어떤 군은 일본인 토지밖에 없다고 떠들어 대니 이것을 그만 두지 아니했다가는 십 년이 되지 않아 한국인은 송곳 하나 세울 토지도 없게 될 것이다.


슬프도다 진황지, 군용지도 다 양도하며 삼림광산을 다 할양해서 마치 하나의 금 단지가 박살이 나는 것과 같거늘 이를 슬퍼한 어리석은 백성이 또 살을 베어 배를 채우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구석구석 사유지까지 매도해여 전토, 가옥, 부동산이 일제히 그들의 손아귀로 넘어가게 하니 이는 개, 돼지만도 못한 인류라 역적이라 불러도 눈동자 하나 껌뻑이지 않으며 살모사라 불러도 털 하나 움직이지 아니할지오 이 무리에게 베푸는 법률문이 형법대전에 버젓이 있지만 그 율문은 문구에 불과하니 이런 무리들을 성토하려면 무엇으로써 해야한단 말이오?


우리도 또한 인도적인 자비심으로 대성일갈하리니 들을지어다, 이런 무리들이여!


외국인이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군용표지(軍用票紙) 수백만장을 이 나라에 들여와서 삼천리 내의 집과 전원을 남김없이 다 팔아버리면 당신들은 장차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나는 새가 되어 유소(有巢)씨의 나무를 끌어 당길 것인가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어 빙이하백(빙夷河伯)의 신하가 되려는가 유장십팔층아비옥(柳將十八層阿鼻獄)에 떨어져 고통을 받을 것인가 의리는 돌아보지 않는다 해도 생활도 생각하지 않는가. 선조는 불쌍히 생각하지 않는다 쳐도 자식마저 안중에 없는 것일까? 지난 임진왜란에 충무공 이순신씨가 출전하여 일본사람이 지은 집 수백 채를 보고 비분을 이기지 못하여 눈물 섞인 장계를 올렸거늘 이러한 무리들은 자기의 산업을 어찌 외국인에게 기꺼이 넘길 수 있는가?


국권은 넘어가도라도 오히려 찾아 올 수 있지만 토지는 한 번 넘어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 이것을 생각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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