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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사람은 대한사람대로 있을지어다 - 『경향신문』1907.1.11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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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매체 우리나라가 날마다 변해 감을 보면 소경이 아니고서야 어찌 모르리오 또 개화라 하는 것은 새로운 데로 옮겨 변함이니 우리나라도 개화되는 대로 아니 변할 수 없는지라 이러므로 우리나라가 진실로 변하고 또 변할 것이 분명하나 그러나 우리가 변함을 따라서 아주 변할 것은 아니니 변할 것은 변하고 아니 변할 것은 아니 변하는 것이 옳으니라


본래 이 세상에 여러 나라가 있는데 각 나라마다 근본 풍속도 있고 근본 아는 것도 있고 근본 사랑하는 것도 있는 고로 불가불 얼마 동안만이라도 제 본 나라를 떠나기는 극히 어려운 일이오 혹 떠나 살지라도 할 수 있는 대로 제 본 나라에 돌아와 제 본 풍속대로 살기를 원하고 힘쓰느니 비컨대 우리나라 관리나 혹 아무 사람이 부득이한 일로 얼마 동안 서양옷을 입고 서양 모양을 차리다가도 만일 연고만 없으면 곧 본 나라 옷을 다시 입고 곧 본 나라 모양으로 하느니 이는 각 사람이 본디 제 습성대로 불가불 그런 것이라 이런 고로 아무 나라 사람이든지 제 나라를 내여 버리고 다른 나라 사람될 마음을 두면 이는 매우 어렵고 또 어리석으니 대개 그런 사람은 항상 반쪽 사람이라 하리로다 가령 대한 사람이 일본 사람이 된다 하면 이는 대한 사람도 아니오 일본 사람도 아니니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서 유익할 것이 조금도 없어 제 본 나라를 업수히 여기고 또 제 본 나라 사람에게 타국인이 되었으니 제 본나라 사람 중에도 쓸 데 없고 다른 나라에도 쓸 데 없는 것이라 아무리 힘써도 타국 말과 풍속을 다 잘 배울 수 없으니 진실로 이것도 못되고 저것도 못되어 온 세상에 쓸 데 없는 사람이 되느니라


누군가가 얘기하기를 서양신부(神父)들도 우리나라에 오는 것이 쓸 데 없다하랴 대답하되 서양 신부들은 세속 밖의 큰 연고가 있어 타국에 죽을 때까지 있기로 마음을 아주 정한지라 생사를 무릅쓰고 사니 여기 비겨 말할 것이 아니오 다만 우리들이 우리나라에 사는 것만 말함이니라 우리나라 사람이 타국인에게 배울 것 있는 줄을 생각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같이 개화하기를 원하는 것도 좋은 원함이오 서양학문을 공부하며 다른 나라와 같이 힘쓰는 것도 좋은 행위나 다만 대한의 모든 일을 끊어버릴 마음과 다른 나라 사람되기를 원하는 것은 쓸 데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로운 것이며 또 대단히 어리석은 마음이니 암만 개화하고 암만 새롭게 할 마음이 있을지라도 우리나라의 좋은 풍속과 우리나라의 본성을 불가불 보존하여야 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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