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태술] 6강 플레이오프! 그리고 양희종의 은퇴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3. 3. 31. 23:59

본문

2023. 03. 31

 

길었던 정규리그가 끝이 났다. 선수들도 시즌을 치르는 동안에는 시간이 참 안 간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막상 이렇게 정규리그가 끝나고 나면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긴 정규리그를 치른 선수들에게 정말 많이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6개 팀은 이제 더 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 팀과 3~4주에 한 번씩 맞붙는 정규리그와 달리, 플레이오프는 같은 상대와 이틀에 한 번씩 경기하기 때문에 예상이 쉽지 않다. 정규리그 전적이 좀 앞선다 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상대방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위해 많은 전략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정규리그 우승팀 안양 KGC부터 막차를 타게 된 전주 KCC까지 어느 팀이 마지막 주인공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플레이오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재미있을 것이란 것만은 확실하다.

 

먼저 KGC와 LG는 4강에 직행했다. 6라운드 막판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했지만, 시즌 내내 1위를 달렸던 KGC의 위력은 대단했고, 조상현 감독 부임 이후 달라진 컬러를 보인 LG 돌풍도 엄청났다.

 

KGC에는 우승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기에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리그에서도 점수를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역전을 시키고 승리를 가져갔다. 어려운 상황이 와도 선수들이 평정심을 가지고 냉정하게 경기를 잘 운영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만큼,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딱히 불안요소는 없어 보인다. 굳이 꼽자면 오마리 스펠맨 선수의 컨디션이 경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는 시즌 동안 정말 재미있게 경기를 봤던 팀이다. 선수 기용을 폭넓게 가져가면서 경기했고, 나오는 선수마다 제 몫을 해냈다.

 

두 팀으로 나눠도 될 정도로 탄탄하게 일군 선수 구성은 타 팀도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이관희, 이재도 그리고 마레이 선수가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그 외 선수들이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모습이 기대가 된다. 하지만 이재도 선수를 제외한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적기 때문에 다소 흥분하거나 냉정하지 못한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그 부분만 컨트롤이 된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즌을 3위로 마무리한 SK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디펜딩 챔피언의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 최준용 선수의 부상, 안영준 선수의 군 입대 공백이 커 보였다. 하지만 최준용 선수가 복귀하고, 최성원 선수가 합류하면서 본연의 스타일을 회복할 수 있었다. 6라운드 들어 다시 최준용 선수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김선형과 자밀 워니 선수의 활약 덕에 순항할 수 있었다.

 

그 좋은 분위기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쭈욱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SK 선수들은 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플레이오프에서 최준용 선수까지 건강히 합류하게 된다면 그 저력은 굉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4위 현대모비스도 이번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 조동현 감독의 끈끈한 농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선수들에게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지적하는 장면들을 보고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하시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바리엔토스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인 가운데, 개인적으로 서명진 선수의 성장이 현대모비스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즌 후반이 되면서 슛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또, 이제는 피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돌파를 하는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그리고 ‘99 라인’ 중에 이우석 선수가 부상 이후 어떤 컨디션을 보여줄지 모르지만, 신민석 선수와 함께 이번 플레이오프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 가지 불안요소가 있다면 프림 선수다. 플레이오프는 치열하고 분위기가 과열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냉정함이 필요하다. 정규리그에서도 테크니컬 파울이 많았던 프림 선수의 컨트롤이 중요하다. 열정이 과하면 흐름도 깨질 수 있다.

 

5위 캐롯은 농구만 본다면 올 시즌 가장 많은 재미를 준 팀이 아닌가 싶다. 시즌 전만 해도 이 정도로 선전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3점슛으로 시작해 3점슛으로 끝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원이 3점슛을 자신 있게 많이 시도했고, 그 농구로 결국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전성현 선수의 빅 플레이는 물론이고, 이정현 선수의 홀로서기도 돋보였다. 매 순간 무표정으로 플레이하는 ‘능구렁이’ 로슨 선수의 득점력도 훌륭했다.

 

확실한 강점은 역시 3점슛! 하지만 그만큼 골밑이 가볍다.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셈이다.

 

골밑에서의 불안함은 수비 전술로 극복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 팀과 연속해서 맞붙는 경우 상대가 빨리 적응할 수도 있으므로 불안요소가 될 수도 있다.

 

KCC는 우여곡절 끝에 막차를 탔다. 초반만 해도 손발이 잘 안 맞는듯했지만, 허웅 선수의 미팅 제안 이후 팀이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이 팀은 부상이 가장 아쉬웠다.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팀 성적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특히 허웅 선수의 발목 부상은 플레이오프 진출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였으나, 오히려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다행히 허웅선수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복귀해 팀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어렵게 진출한 만큼, 플레이오프에서는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허웅 선수의 컨디션 회복과 아직까지 들쑥날쑥 한 팀 경기력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플레이오프는 4월 2일부터 시작된다. 물러설 곳이 없다. 선수들뿐 아니라 팬들까지도 다 같이 경기장에서 뛴다는 생각으로 힘을 모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시즌 내내 기쁨과 즐거움, 안타가움과 아쉬움을 모두 느끼게 해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멋진 경기를 치르길 기대한다.

 

‘캡틴’ 양희종 선수의 은퇴

 

은퇴한다고?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양희종 선수의 은퇴 기사가 나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아직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고 몸 상태도 좋아 보였기 때문에 은퇴 기사는 ‘갑자기?’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만들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동안 은퇴를 생각하게 된 배경과 고민을 듣고 나서 ‘수고 했다’라고 말해주었지만, ‘한 번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때?’라고 묻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었을 테니, 그 선택을 존중하게 되었다.

 

우리 인연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일상고의 양희종이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본 첫인상은 빡빡 머리에 게임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때 당시 삼일상고의 전력은 연습경기에서 대학팀도 이긴다고 할 정도로 강했다.

 

큰 키에 팔다리가 아주 길고, 정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희종이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우리는 경기를 마치고 그날 삼일상고 숙소에서 잠을 자게 되었고, 희종이와 나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꼭 같이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자는 약속을 했다. 고려대로 진학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던 희종이가 연세대로 마음을 먹었던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우리는 같은 대학교에 입학해 4년 동안 많은 것들을 이루고 해냈다.

 

프로에 가서 잠시 헤어짐을 가졌지만 다시 KGC에서 만나 프로농구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었고,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서도 한 팀이 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2년 전 은퇴했고, 희종이는 이제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 주말(3월 26일)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은퇴식도 가졌다. 아마도 한 경기, 한 경기가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제는 프로농구 선수 양희종의 모습은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우리에 앞서 은퇴를 했던 많은 선배님들도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 없어서 은퇴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많이 없으실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혹은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등 아쉬움과 미련이 많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 희종이가 걸어왔던 농구 인생은 주위에서 봤을 때 굉장히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본인은 많은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동시에 선수 생활의 마무리가 곧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도전과 시작으로 인해 마음 한편에 설레임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을 것 같다. 선수 시절에 늘 그랬던 것처럼, 지도자가 되어서도 묵묵하게, 그리고 멋지게 걸어나가길 바란다.

 

PS.

 

희종아!

 

그동안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 그리고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해 달려왔을 거라 생각해.

 

이제는 빨리 가는 것보다 조금은 속도를 늦춰서 주위에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 즐기면서 인생 2막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운동만큼 재미있는 것들이 참 많은 것 같고, 선수일 때는 몰랐던 새로운 세상도 존재하니까!

 

다시 한번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어. 고생한 몸과 마음도 잘 추스르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 마지막 포스트시즌도 훌륭히 마칠 수 있길!

 

무엇보다 ‘지도자 양희종’의 길도 응원한다 파이팅!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네이버 스포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