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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트레이드에 대처하는 프로선수의 자세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3. 2. 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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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24

 

당분간 경기가 많이 없어서 농구팬 분들이 심심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월 22일 현재 상위 4팀은 거의 플레이오프 굳히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 6강은 확정되지 않았기에 6강 진출을 위한 피를 말리는 싸움은 계속될 것 같다.

특히 5, 6위 자리는 끝까지 알 수 없는 싸움이 될 것 같다. 경기가 11~13경기 정도 남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팀이 결국 플레이오프 티켓을 가져갈 것이다. 지금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선수 기용을 할 수 있는 팀이 유리할 수 있다.

4라운드가 끝나갈 무렵이 되면 트레이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트레이드가 결정되면 갑작스럽게 팀을 옮겨야 하는 선수도 당황스럽겠지만, 새로운 선수를 받아 들여야 하는 기존 선수들도 어색한 분위기가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농구장 안에서 오다가다 만나는 사이이기 때문에 적응 문제는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트레이드 소식을 통보받고 나면 처음 드는 생각은 두려움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생활을 생각하면 왠지 모를 외로움과 낯선 기분이 온 몸을 감싼다.

그리고 기존에 있는 집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며, 짐들은 또 어떻게 옮겨야 할 지 막막하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비즈니스이긴 하지만, 트레이드가 되면 팀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여름부터 많은 것을 공유하고 함께 했는데, ‘다른 팀으로 가야 한다’는 한 마디에 맞서 싸워야 하는 적이 된다는 처지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트레이드를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일수록 더 그렇다.

나 역시도 첫 트레이드가 결정되고, 팀으로부터 통보를 받았을 때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 당시 나에 대한 트레이드 얘기가 흘러 나왔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던 터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소문이 현실이 되었을 때 적잖은 충격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할 시간도 없었고,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만회할 시간도 없이 공익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은 오히려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고, 몸과 마음을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프로에서는 그 누구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의 동료가 내일은 적이 될 수 있고, 내가 실력이 없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이 전쟁터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트레이드가 있었다.

그 중에서 삼성에서 LG로 간 임동섭 선수가 눈에 띈다.

임동섭 선수는 삼성에서 같이 뛰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좋은 신체조건과 슈팅 능력 덕분에 더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지만, 잦은 부상으로 그 기회가 자주 미뤄지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LG 이적 후에는 전과 다른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친정팀을 상대로 4개의 3점 슛을 성공시키며 건재함을 보이는 등 LG의 비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임동섭 선수의 부활이 굉장히 반갑다. 운동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 지금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낯선 곳에서 적응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삼성에서 같이 뛰었던 이관희, 김준일 선수가 있으니 적응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부상 없이 건강하게 코트를 누빌 임동섭 선수를 기대한다.

트레이드가 되면 농구인생에 위기가 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기회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기존의 팀에는 내 자리가 없었지만 어쩌면 새로운 팀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낯선 경험도 하다 보면 계속 도전하고 발전하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에 낯선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익숙한 농구장에서의 기회를 마다하고, 새로운 세상에 덤빈 것은 어쩌면 팀을 4번 옮기면서 얻은 ‘낯섦에 대한 익숙함’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전’에는 불안과 불편함, 낯선 감정들이 동반되는데 프로생활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경험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함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새로운 곳에서의 성공과 실패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낯선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트레이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작은 무기가 될 수 있다.

다시 프로농구 시즌으로 돌아와서 요즘 경기를 중계 하다보면 픽앤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보인다.

특히 선수들이 스크리너를 이용하는 부분이 좀 아쉽다. 공격자 수비가 스크린에 대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플레이들이 많다. 한 마디로 스크린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것은 스크리너의 잘못인가, 아니면 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잘못인가?

나는 둘 다라고 생각한다.

공을 가진 사람은 스크린을 완벽하게 걸어주기를 바라고, 스크리너는 공격자가 스크린을 잘 이용해서 플레이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것도 모두 맞는 얘기지만, 둘 다 틀린 얘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두 본인들의 입장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구는 5명이 좁은 공간에서 순간적인 판단을 많이 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내 생각을 팀 동료가 완벽하게 읽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자는 스크린을 잘 못 걸어도 어떻게든 이용해서 내 플레이를 만들어갈 방법을 찾아야 하고, 스크리너는 어떻게든 공 가진 사람의 수비자를 괴롭힐 생각을 해야 한다.

경기를 잘 보면 스크린에 조금이라도 방해를 받은 수비자는 공격자보다 한 박자 늦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픽앤롤 성공률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선수 때 외국인 선수나 국내 선수들에게 스크린에 대한 소통을 가끔 하는데, 완벽하게 스크린을 걸어달라고 얘기 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내 수비자를 조금이라도 괴롭힐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스크린을 하는 선수도 스크린을 오는 과정이 힘이 들기 때문에 지시 보다는 부탁이 더 심리적으로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크린이 나빠서 플레이를 잘 못했다는 생각은 내 스스로 실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선수생활 하는 동안 나에게 좋은 스크린을 걸어준 선수들이 많았지만 삼성에서 김준일 선수와의 호흡이 기억이 난다. KCC에서 2년 여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삼성에서만큼은 새로운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

 

그때 당시 선수 구성도 좋았는데 김준일 선수가 스크리너로서 굉장히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탁했다. 나한테 스크린을 와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의 득점을 만들어 주겠노라고. 결과적으로 김준일 선수와의 호흡은 좋았다. 내가 자신감을 찾는데 김준일 선수의 스크린은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무작정 나를 위해 스크린을 걸어 달라고 했어도 잘 걸어 주었겠지만, 나 역시도 김준일 선수를 도와주겠다는 내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호흡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은 도움을 못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하하)

 

픽앤롤을 잘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스크린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서 얘기 했듯이 좋은 스크린이 없어서 픽앤롤을 잘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선수는 스스로 ‘나는 농구를 못 합니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본인의 무능력함을 다른 선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본인은 물론이고, 팀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어린아이가 스크린을 걸어도 픽앤롤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능력을 키우는 것이 본인에게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스크린보다 본인의 기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오늘은 내용이 다소 진지해 나도 이 글을 쓰면서 몸이 무거워진 듯하다. 하지만 우리 후배들이 좀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쓴 글이니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이제 정말 정규리그가 얼마 남지 않았다. 부상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안타깝지만, 빨리 회복해서 코트에서 멋진 모습 보여주길 기대한다.

아직까지 날씨가 쌀쌀하니 건강 조심하시고, 늘 프로농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 만드시길 바란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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