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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역전승에 7차전 연장전까지… 농구, 정말 재미있네!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3. 5. 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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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5. 12

 

농구 정말 재밌다!

 

긴 시즌이 막을 내렸다. 2022-2023시즌 마지막 날 주인공은 KGC였다. 지난 시즌 SK에게 내줬던 챔피언 트로피를 다시 찾아왔다. ‘준우승팀’이 되어 체육관을 떠날 때 아마도 이번 시즌만을 기다렸을 텐데 확실히 설욕을 한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이기며 기선제압을 했던 SK도 시리즈 내내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6차전의 역전패가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1차전부터 두 팀은 팽팽한 기싸움을 하며 한 치 양보 없이 경기를 이어갔다.

 

SK는 김선형 선수와 자밀 워니 선수의 원투 펀치를 앞세워 KGC를 몰아붙였고, 4강 플레이오프부터 경기력이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았던 KGC는 안방에서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2차전의 KGC 선수들은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몸놀림이 가볍고 다부졌다. 김선형 선수의 매치업 상대로 문성곤 선수를 붙이며 수비에 변화를 가져간 KGC의 작전이 적중했다. 덕분에 2차전과 3차전을 내리 잡으면서 기세를 KGC쪽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4차전은 또 다른 양상이었다. SK의 지역방어에 KGC 선수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역방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던 것이다. 패스는 타이밍이 늦었고, 미스도 반복됐다. 그 틈을 타서 SK는 KGC를 몰아붙였고 4차전과 5차전을 잡아내며 챔피언 자리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6차전도 3쿼터까지는 같은 분위기였다. KGC 선수들은 계속해서 상대 지역방어를 공략하지 못했다. 나오지 않아도 될 미스들이 연속해서 나오면서 한때 15점 차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이때만 해도 ‘이대로 SK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이 끝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진짜 이번 시즌 최고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4쿼터 11점 차이로 앞섰던 SK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한 변준형, 먼로 선수의 활약으로 점수 차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역전승까지 끌어내며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갔다.

 

사실, 6차전 경기를 보면서 농구가 정말 재미있고, 어려운 운동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렇게 큰 경기에서 15점 차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첫 우승을 경험했던 2012년 6차전에서도 같은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사실 그때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끝까지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이번 6차전도 사실 KGC는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고 있어도 끝까지 수비하고 모든 힘을 쏟아내는 것만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오랜만에 농구를 보면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틀을 기다리고 대망의 7차전!

 

사실 나는 이번 시즌 우승은 KGC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했다. 정규 시즌부터 꾸준히 1위를 달리며 안정적인 전력을 보여줬고, 다른 팀들은 부상에 신음했지만 KGC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즌 후반에 있었던 EASL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반면 SK는 최준용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힘겨워 보였기에 KGC가 조금 더 유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6라운드부터 보인 SK의 경기력은 내 생각을 흔들리게 했다. 위기를 극복하면서 SK는 굉장히 단단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어려운 경기도 뒤집으며 뒷심도 강해졌기 때문에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는 마냥 KGC의 우세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게 결국 두 팀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며 7차전에 돌입하게 된다.

 

경기 초반은 KGC의 기세가 무서웠다. 6차전에서 어려운 경기를 뒤집고 이겼기 때문일까? 굉장히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SK도 만만치 않았다 1쿼터 중반 무렵 안정을 되찾은 SK는 역전에 성공하며 2점차를 앞서며 1쿼터를 마쳤다. KGC도 반격을 개시하며 경기는 누가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전반을 마쳤다.

 

2쿼터 종료 후 3쿼터까지의 시간이 이처럼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빨리 경기를 보고 싶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듯, 3쿼터 김선형 선수의 입이 딱 벌어질 플레이들이 시작되었다. 한 때 11점 차까지 점수 차이가 났지만, SK는 김선형 선수의 폭발적인 득점을 앞세워 3점 차까지 점수를 줄이며 3쿼터를 끝냈다.

 

정말 어느 팀이 이길지 예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 팀 모두 슛 컨디션도 좋았고, 플레이도 멋졌다. KGC도 이쯤 되니 SK의 지역방어를 완벽하게 공략하며 득점을 뽑아냈다. 4쿼터도 접전은 계속됐다. 3분여 정도 남은 시점, SK는 4점 차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김상식 감독은 타임아웃에서 빠른 공격을 지시했고, 이는 제대로 맞아 들어갔다. 결국 승부는 원점이 됐고, 남은 시간의 예측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2008-2009시즌 이후 첫 7차전인데, 이걸 또 연장까지 간다고?

 

오랫동안 농구를 해온 입장인데도 도무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는 마지막 5분으로 향했다. 연장 득점을 먼저 올린 쪽은 SK였다. 하지만 변준형 선수가 3점슛으로 대응하면서 물러설 생각은 1도 없음을 확실히 했다. 이어 최부경 선수의 5반칙을 만들어낸 스펠맨 선수의 플레이는 경기장을 더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그 순간 우승을 직감했던 것일까. 대릴 먼로 선수에게 안겨 눈물을 흘리는 양희종 선수를 볼 수 있었다. 부상 탓에 선수 생활의 마지막 경기를 뛸 수는 없는 가운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며 뛰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아쉬움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북받쳐 오르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선수 생활을 우승 트로피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영광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축하하고 고생했다고 전하고 싶다.

 

그렇게 경기는 100-97로 KGC의 승리로 마무리되었고, KGC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했다. 긴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한 그들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오세근 선수는 챔피언결정전 MVP가 됐다. 시리즈 내내 정말 묵직하게 본인 역할을 잘 해냈다. 본인도 힘들 텐데 중심을 잘 잡고 후배들을 훌륭히 이끌었다. 7차전은 20득점 13리바운드 4어시스트. 평균 기록도 더블더블. MVP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오세근 선수의 플레이는 화려함은 없다. 하지만 내실있고 단단하다. 함께 플레이해본 선수라면 오세근이란 선수의 가치가 얼마나 큰 지 알 것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으로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곤 하지만, 오세근 선수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외곽에서 함께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도 있고,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오세근 선수를 보면 '언제 저렇게 넣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묵묵하게 팀을 지탱한다.

 

경기가 끝난 뒤면 서있기조차 힘들어 보일 때가 많지만, 경기 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들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MVP는 그 노력에 대한 보상 같다.

 

오세근은 오세근이었다. 정말 축하하고, 늘 건강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코트에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아쉽게 준우승으로 마무리 했지만 SK의 저력은 정말 대단했다. 최준용 선수의 부상 그리고 안영준 선수의 군입대로 지난 시즌보다는 전력이 약해 졌을 거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보란 듯이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줬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분명 준우승도 굉장히 값진 결과이다. 모든 걸 후회 없이 쏟아낸 만큼, 다음 시즌에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우승에 재도전하는 SK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정규리그 MVP 김선형 선수 역시 더 빛날 것이라 생각한다.

 

오세근의 MVP 선정도 경쟁자인 김선형 선수가 있었기에 더 빛났을 것이다.

 

챔프전이 시작할 때만 해도 김선형 선수와 변준형 선수의 대결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김선형 선수와 오세근 선수의 미친 플레이가 계속되면서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도 재미있는 요소가 됐다.

 

내가 느끼기엔 김선형 선수가 골을 넣으면, 오세근 선수가 이어 득점을 만들었고 반대로 오세근 선수가 골을 넣으면 절묘하게도 김선형 선수의 득점이 이어졌다. 다른 포지션 이었기 때문에 서로를 막는 장면은 많지 않았지만, 각자 방식으로 상대 수비를 휘젓는 두 선수의 플레이는 역대급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였다.

 

김선형 선수의 플레이는 마치 신들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7차전 3쿼터에 보여준 그의 퍼포먼스는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팀이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득점, 패스 리딩까지 해내며 팀을 이끌었다. 특히 선수들이 들뜨지 않게 자제시키며 경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리더십도 인상적이었다.

 

김선형 선수의 주 무기는 스피드에 이은 속공 레이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패스도 주무기가 되었고, 플로터 슛을 빼 놓고는 김선형 선수를 논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플로터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어려운 기술 중 하나였다. 어렸을 때부터 잘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그 슛을 장착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김선형 선수는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 본인의 장기를 하나 더 만들면서 KBL에서 정말 막기 힘든 선수로 성장을 이루어 냈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선형 선수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 생기면 플로터 슛도 흔들릴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정확하게 쏜다 하더라도 한 속으로 던지는 슛이고, 체력이 떨어지면 결국 슛 적중률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거기다 문성곤 선수를 비롯해 김선형 선수를 막는 선수들의 활동량도 엄청났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선형 선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끝까지 팀을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 팀을 구했다. 그의 집중력과 정신력은 정말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이번 시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하며 자신을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해 낸 김선형 선수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

 

한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흔히 말하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하게 된다.

 

시리즈를 앞두고 SK 전희철 감독이 모든 선수가 미쳤으면 좋겠다고 했던 사전 인터뷰는 얼마나 우승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챔프전에서 기대한 선수들은 기대한 만큼 잘 해주었다. 그리고 양 팀 다 미친 선수가 한 명씩 나왔다.

 

KGC의 배병준 SK의 최성원 선수이다. 두 선수 모두 기대 이상의 득점을 만들어내며 팀에 힘을 보탰다. 배병준 선수는 주무기인 3점슛을 필요할 때마다 성공시키며 KGC가 고비를 잘 넘기게 해 주었고, 과감한 돌파도 선보이며 SK선수들을 당황하게 했다. 특히 그가 만들어낸 3점슛은 상대 지역방어를 공략하는데 꼭 필요했던 요소였는데,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준 덕분에 또 하나의 반지를 끼게 되었다.

 

시즌 초반부터 팀에 잘 적응하며 전성현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었는데, 올 시즌보다 다음 시즌은 좀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성원 선수도 그분이 오셨다. 전희철 감독이 원했던 미친 선수가 본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올리며 김선형 선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었다.

 

최성원 선수가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볼 핸들러 역할을 해낸 덕분에 김선형 선수도 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군대 제대 후 팀에 합류해 적응이 쉽지 않았을 텐데 꾸준하게 본인의 역할을 다하며 값진 결과를 만들어 냈다. 물론, 이번 시즌 원하던 반지는 갖지 못했지만, 앞으로 그의 플레이가 더 기대가 되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7차전을 보면서 어찌나 몰입했는지 몸이 경직된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감정을 가진 이는 아마 나만이 아닐 것이다. 현장에서 경기를 보신 분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2022-2023시즌은 마무리가 되었다. 정규리그부터 마지막까지 유독 볼거리가 많았던 시즌이었던 것 같다. 해설을 하면서 농구를 여러 시선으로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또, 후배 선수들을 보면서 선수 때 느꼈던 감정도 다시금 떠올랐는데, 일종의 대리만족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시즌이 끝난지 아직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팀들은 벌써부터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 같다.

 

원주 DB와 수원 KT의 사령탑이 교체되며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고,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의 거취도 앞으로의 화제가 될 것이다. 다음 시즌이 시작하려면 5개월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데, 모든 팀의 감독님·코치님을 비롯한 선수들, 관계자분들 모두 푹 쉬시고 더 멋진 모습으로 다음 시즌에 만나면 좋겠다.

 

그리고 농구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많은 팬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다음 시즌은 더욱더 흥미진진한 시즌이 되길 기원한다.

 

다시 한번 KGC 우승을 축하한다!

 

PS. 2년 뒤에 만나요. 변준형!

 

이번 시리즈에서 마음고생이 가장 심한 선수는 변준형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뜻대로 플레이가 잘 이루어 지지 않으며 많은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 같다. 정규리그 MVP 후보로 거론이 되면서 조금씩 흔들리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이번 시즌 팀의 포인트 가드로 멋진 활약들을 해주며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시즌보다 여유가 많이 생기면서 코트 전체를 보고 경기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 챔프전에서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스스로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들이 변준형 선수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농구를 이끌어갈 선수로써 지금은 과정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군대에 입대하는데 그 시간들을 잘 활용해서 더 업그레이드 된 가드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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