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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감동의 4강 무대는 끝! 이제 마지막 전투가 시작된다!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3. 4. 2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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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4. 25

 

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을까? 2022-2023시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 시리즈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했다.

 

6강을 거쳐 4강에 오른 팀들은 팀 구성이나 전력이 안정되어 있고, 경기력도 좋았기에 멋진 시리즈를 기대하셨던 분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두 시리즈 모두 그 기대감을 채우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1위 안양 KGC인삼공사 VS 5위 고양 캐롯

 

KGC와 캐롯의 시리즈는 먼저 캐롯부터 이야기할까 한다. 왜 그들이 ‘감동 캐롯’이라 불리며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시리즈였다. 1차전에서 기록적인 대패를 당할 때만 해도 1승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캐롯은 6강 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가면서 힘을 너무 많이 뺐고, 전성현 선수도 컨디션이 안 좋았기에 KGC의 우위가 확실해 보였던 분위기였다.

 

하지만 2차전은 반대로 KGC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이며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1차전 후 인터뷰에서 2차전은 확실히 준비하겠다던 김승기 감독의 계획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자신감이 실려있었다. 무엇보다 에이스로 성장한 이정현 선수는 말 그대로 ‘미친 플레이’를 펼쳤다. 사실 이정현 선수뿐 아니라, 디드릭 로슨과 김진유, 김강선, 최현민 등 다른 선수들도 굉장한 투혼을 보였다.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한 발 더 뛰는 플레이에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3차전 경기도 기대할 수 있었다.

 

아마 팬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선수들은 팀 안팎의 문제로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동기부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펼친 투혼은 왜 팬들이 그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힘내라’며 간식에 도시락까지 보냈는지를 보여준 이유였다.

 

사실 신장 큰 선수가 없어 골밑이 헐겁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마치 ‘우리는 2점을 주고 3점을 넣겠다’는 의지가 보인 4차전 1쿼터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아쉽게 4강에서 그 질주에 마침표가 찍히긴 했지만, 적어도 선수들은 성적 이상의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된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4강까지 진출한 그들에 박수를 보내며, 모쪼록 그들을 둘러싼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되어 다음 시즌에는 더 멋진 플레이로 팬들에 감동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2위 창원 LG vs 3위 서울 SK

 

시리즈 시작 전, 이관희 선수의 도발로 열기는 달아올랐다. 사실 이 시리즈는 LG와 SK의 정규리그 전적이 3승 3패로 호각세였기에 쉽게 예측이 어려웠다. 그런데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변수가 생겼다. LG 살림꾼이었던 아셈 마레이 선수가 부상으로 아웃된 것이다.

 

 

LG는 급히 G리그 출신의 레지 페리를 수혈했지만 조상현 감독이 원하는 농구에 적응하고,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는 걱정 되는 부분이었다. 역시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1차전부터 팀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SK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급한 플레이가 나왔고, 이것이 실책으로 연결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끈끈한 수비로 10점 이상 리드를 잡은 적도 있지만, 다시 SK에게 리드를 뺏기며 패했다.

 

2~3차전도 LG가 잘 풀어갔지만, 마레이가 있을 때처럼 유기적인 공격이 나오지 못하고, 김선형과 자밀 워니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0승 3패로 결승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조상현 감독 부임 첫해에 4강 직행 티켓까지 거머쥐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고 만 것이다. 하지만 LG는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지난 몇 시즌 간의 부진을 씻고 선수들이 이기는 농구에 적응이 된 것 같다. 플레이에도 자신감이 엿보였다. 또 선수 구성도 워낙 좋다.

 

아마 선수들은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성장에 매진한다면 다음 시즌은 더 견고해질 것이라 여겨진다. 다시금 창원체육관을 봄농구의 설렘으로 들끓게 만든 선수들과 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챔피언결정전의 향방은?

 

이제 오늘! 대망의 결승전이 시작된다. 사실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될 무렵에는 모두가 승부를 예측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어렵다.

 

SK는 최준용 선수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최부경 선수가 살아나면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주고 있고, 김선형과 워니 선수의 지배력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게다가 허일영 선수의 손끝 감각은 어떤가. 이관희 선수의 도발에 정면 반박하듯 좋은 플레이를 펼친 젊은 선수들의 에너지도 좋다. 플레이오프에서의 두 시리즈를 모두 전승으로 끝내면서 팀이 정말 단단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많은 점수차를 뒤집는 뒷심도 대단하다.

 

그러나 시리즈를 치르다 보면 최준용 선수의 빈자리가 분명 아쉬운 상황이 나올 것이다.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최준용 선수이기에 그만큼 김선형, 워니에게 수비가 집중될 것이고 시리즈가 길어지면 체력적으로도 힘들 수 있다.

 

4강에서 ‘예방 주사’를 한 대 맞고 올라온 KGC는 이번 결승만을 기다렸을 것 같다. 지난 시즌에는 SK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주며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설욕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4강 시리즈에서 나타난 KGC의 경기력은 불완전했다. 오마리 스펠맨 선수의 부진 탓인데, 스펠맨 선수가 터져야 좀 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다만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선수이기에 SK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양희종 선수의 출전 여부도 걱정이다. 양희종이 코트에 있을 때만큼은 선수들이 더 집중하고 응집력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과연 그가 이번 시리즈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가드 싸움도 이야기해야 한다. 정규리그 MVP 김선형, 그리고 끝까지 경합했던 변준형 선수의 대결이다. 두 선수 모두 KBL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큰 경기일수록 경기를 운영하는 두 선수 역할이 중요하다. 둘 다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지만 점차 경기운영 능력이 좋아졌고, 리더십도 있기에 두 선수의 대결이 기대가 된다.

 

또 하나, 오세근과 최부경의 대결도 눈길이 간다. 두 선수 모두 농구 센스도 뛰어나고 경험도 많다. 다만 이번 시리즈는 최부경 선수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최근 보인 묵직함은 SK 선전의 원동력이 됐다. 경험이 많은 선수이지만 부상 탓에 그간 자신의 모습을 100% 보이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워니 선수가 좀 더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고, 김선형 선수가 요리조리 헤집고 다니도록 스크린을 걸어주는 등 궂은일도 잘 해내고 있다. 그뿐 아니라 리바운드 가담도 적극적이다. 오세근 선수도 챔피언결정전 MVP를 2번이나 수상했을 정도로 경험이 많고 기량이 뛰어나다. 과연 이번 맞대결에서는 누가 웃게 될지, 어떤 식으로 서로를 괴롭힐지 궁금하다.

챔피언결정전은 또 다른 이야기다. 4강전에서 나온 경기력이나 개인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결승전은 이기는 것이 중요하기에 누가 더 집중하고 냉정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포진해있기에 선수들 간의 수싸움도 재밌을 것이다.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의 막이 이제 오른다. 누가 우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팀들이기에 예상이 쉽지 않다. 한 가지 기대하는 것은 팬들이 잊지 못할 명승부를 선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의 막을 내릴 주인공은 누가 될지 지켜보자!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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