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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울며 마늘먹기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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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이집트 피라미드의 벽면에 마늘 그림이 나오는데, 축조하는 인부들에게 힘을 내게 하고자 마늘을 먹였고, 고대 로마 병사들에게도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마늘을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시베리아에서 첫날밤 문전에 마늘을 걸어두는 풍습이 있는데 호사(好事)를 시샘하는 악귀가 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흡혈귀 드라큘라의 접근을 막는 데 마늘이 등장하고 있음도 서양사람들의 마늘 이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동남아의 불교국가들에서 마늘은 금단의 식품이다. 불경 <율장(律藏)>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석존(釋尊)께서 설법을 하고 있는데 한 비구(比丘)가 마늘을 먹었기에 멀리 떨어져 앉아있었다. 석존께서 그 이유를 묻고는 “비구들이여. 나의 설법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을 먹어도 되는가”했다. “아니 됩니다”하자 “그렇다면 마늘 먹는다는 것이 죄가 됨을 알겠다”했다. 이 불교의 영향으로 일본에서도 마늘은 낯선 식물이 돼 왔다.
 
마늘을 가장 많이, 또 잘 먹는 것은 우리 한국 사람이요 한국과 연결된 중국 북동부와 대안인 산둥성 사람들이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역사적으로 중국사람들의 마늘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마늘을 먹으면 시력을 약화시킨다 하고 "북쪽 사람들 온돌방에 자고 마늘을 많이 먹어 장님이 많다"고까지 언급하고 있다. 눈에 나쁜 것은 눈을 관장하는 간을 해치기 때문이요, 마늘을 오래 상식하면 머리도 빨리 희어지고 원한과 노여움이 발동하며, 삶아서 먹으면 음심이 생겨서 몸을 해치므로 불교와 도교에서 다 같이 삼간다고 했다.
 
이상(以上)은 마늘에 대한 역사적 인식으로, 항균성(抗菌性)이 강한 식품이라는 등의 현대 과학 분석과 일치하지 않으나, 문제는 마늘에 대한 마이너스 인식의 중국에서 플러스 인식의 우리나라에 필요 이상의 마늘 수입을 요구하는 마늘 분쟁이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늘을 안 사주면 휴대전화 등 한국 제품을 안 사가겠다는 것이다. 마늘을 사서 휴대전화 파는 편이 몇 곱절 이득인 것을 감안, 울며 겨자 먹기로 마늘을 사들이기로 했다 한다.
 
마늘 농가의 손해는 별도로 강구한다 했으나 마늘뿐 아니라 앞으로 모든 농·공산물에서 이 같은 유형의 갈등(葛藤)이 필지(必知)요, 그러할 때마다 원시적(遠視的) 정책·철학 없이 마늘 같은 근시적(近視的) 결정으로 농공업계를 망치지 않을까 그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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