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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사과나무 밑에서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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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일본 적군파의 여제로 무자비한 테러를 주도해온 시게노부의 옥중수기「사과나무 밑에서 너를 낳으련다」가 국경을 넘어 화제가 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트 해방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라도 용서없이 말살한다고 포고하고 비정한 테러를 감행했던 그 남장 여폭군이 어머니로 돌아와 자식 사랑을 그린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과나무 밑ㅡ하면 이처럼 인간의 큰 변신을 상징한다. 같은 뜻으로 '쌍회나무 밑'이라 쓴 한적이 있다.
 
당나라 때 이야기다. 한 선인이 불사약을 만드는데 희비애로 감정에 초연한 사람이 약재로써 필요했다. 두자춘이라는 애 아버지가 자원을 했다. 선인은 초감정 인간을 지원한 두자춘을 데리고 두 쌍회나무 사이를 통해 들어가 독사지옥, 바늘지옥, 불솥지옥에서 고통을 당하게 한다. 두자춘은 약속을 지켜 공포나 아픔 같은 감정표출을 하지 않았다. 이어 그의 아내를 잡아들여 매를 치고 불에 볶아도 무표정했으며 아내는 그러한 남편을 원망하며 찢겨죽었다. 이렇게 무정인간의 시련을 잘 겪어낸 두자춘은 막판에 제 자식을 데려와 섬돌에 내려치는 피가 얼굴에 튀기자 자신도 모르게 ‘억!’소리를 냈다. 내고서 둘러보니 바로 쌍회나무 아래였다.
 
선인이 말했다. 모든 고비 다 잘 넘겼는데 마지막 고비인 자식 사랑만을 못 넘겨 불사약은 허사가 됐다고ㅡ. 이 여 적군파에게 있어 프롤레타리아트 해방은 선인이 추구했던 불사약이요, 그녀는 자식 사랑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 현대판 두자춘이랄 수 있다.
 
서양에서 크리스마스 전야에 사과나무 아래 모여 사과주로 건배를 하고 그 술을 사과나무 뿌리에 붓는 관습이 있다. 빈사의 사과나무 목령을 일깨워 악령을 내쫓고 재생을 재촉하는 민속인 것이다.
 
이처럼 사과나무 아래가 재생과 변신의 현장임은 엘리아데나 폴 디이엘이 학술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케르트족의 전설에 인정을 죽이고 사는 영생섬과 영생을 바라지 않는 인정섬이 있는데, 사과나무 가지를 들지 않으면 인정섬에 들 수 없다. 사과나무는 이처럼 비인간으로부터 인간으로, 비정으로부터 인정으로 회복·재생하는 상징물이요, 하필이면 이 적군파의 여제가 사과나무 밑에서 딸을 낳으려 했던가가 손에 잡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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