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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오랏줄 넥타이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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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죄인을 묶거나 교수형을 집행할 때 쓰는 붉은 오랏줄로 목을 조인 넥타이 포스터가 국내 12만여 기업체에 우송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보도된 바로 미국 소프트웨어업체의 한국지사가 국내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불법사용에 대해 보낸 경고요, 협박성 포스터로 보고 있다. 스스로 목을 조여 죽는 자살행위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오랏줄 넥타이인 것이다.
 
넥타이는 서기 1세기 전 로마 병사들이 더위를 덜기 위해 물에 적신 스카프를 목에 감았던 것이 시초라는 설이 있다. 근대 넥타이의 기원은 17세기 오스트리아의 용병인 크로아티아 부대가 프랑스에 나타났을 때 목에 스카프 감은 것을 보고 패션에 민감한 프랑스 사람들이 넥타이로 발전시킨 것이다. 용병부대인지라 멋으로 목을 감았을 리 없고 로마병사처럼 더위를 덜기 위해서나 추위를 막기 위한 어떤 기능이 있었을 것이다.
 
이 넥타이의 폭이 넓어졌다 가늘어졌다 하더니 오랏줄보다 가늘어진 끄나풀 타이까지 출현하기에 이르렀고 그래서 오랏줄 넥타이가 최신 패션처럼 보여지기까지 한다. 오랏줄을 느슨하게나마 목에 감는 것은 우리 옛 여자 형사랄 다모가 선구자일지 모른다. 내외가 심하여 남의 집 안채를 정탐할 필요가 있을 때 이 다모를 차출시켰고 현장이 적발되면 달려들어가 체포까지 했다. 그래서 다모를 뽑을 때는 키가 5척이 넘어야하고 막걸리 세 사발을 단번에 마셔야하며 쌀 닷 말을 번쩍 들어올려야만 했다. 현장에 출동할 때는 치마 속에 2척쯤 되는 쇠도리깨를 감추고 몇 발 오랏줄을 목에 칭칭 감고 도리깨로 들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죄인을 오랏줄로 묶어갖고 나온다.
 
한말에 리델 주교가 목격했던 서린 감옥의 교살형 광경을 보면 이렇다. 감옥과 붙은 형장에 붉은 오랏줄로 죄인의 목을 감아 대들보에 걸고 디딤판을 차버리면 공중에 매어달린다. 4명의 형리가 돛 감아 올리듯 웃어가며 밧줄을 감아 팽팽하게 목을 조인다 했다.
 
우리 욕말에 형사용어가 많은데 오라질놈이란 욕말이 바로 이 오랏줄로 목을 감을 놈이라는 뜻이다. 곧 오랏줄 넥타이 포스터는 대놓고 오라질놈이라는 욕을 그림으로 대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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