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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민영익의 명함(名銜)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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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근대식 명함의 효시로 추정되는, 한말의 대신이요 명성황후의 친정조카인 민영익의 명함이 공개되었다.

 

한·미 통상조약을 맺고 전권대사로 미국에 갔던 민영익이 미국인에게 주었던 명함으로, 요즈음 명함 크기로 붓글씨의 자필 이름이 적혀있을 뿐이다. 종이가 미국종이인 것으로 미루어 필요에 의해 미국에서 급조된 것으로 보이며, 이를 받은 미국사람이 영어로 '한국대사 민영익'이라고 명함 위에 적고 있다.

 
동양에서 명함의 시초는 '알'이다. 한나라 고조 유방이 봉기했을 때 유학자인 력식기가 군문을 찾아가 알을 올렸다 했다. 최초로 출토된 알은 길이가 24.8㎝, 폭이 9.5㎝, 두께 3.4㎝의 나무판자에 칠을 하고 오른쪽 끝에 관직·작위·출신지·성명을 적고 재배라 썼다. 한나라 말에는 역시 목판이나 대나무 조각이긴 하나 알보다는 3분의 1쯤 작은 자가 통용되었으며, 알과 자는 죽을 때 더불어 묻는 부장품이 되어 금과 옥으로 만들기도 했다. 나무나 대나무 겉에 바늘 따위로 쪼아 글자를 썼던 데서 찌른다는 뜻인 '자'라 일컬어졌을 것이다.
 
종이는 한나라 때 발명되었으나 종이로 된 명함이 나온 것은 당나라 때로, 명자 명첩 명지 등으로 불렸다. 명자에는 사치가 심해 붉은 종이에 금먹으로 이름을 써 신분과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명자는 주로 방문할 때 만나줄 것을 하락받고자 들이미는 것으로 문장이라고도 했으며, 여기에는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어 문하만학생이니 목은주견 같은 낮춤말을 썼다. 이것을 배갑이라는 함을 문전에 놓아두고 거기에 투입토록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종이 명함이 통용되었는데, 남의 집을 찾아갈 때 직함과 품작·관향·성명을 자필로 적은 종이를 접어 미리 들여보냈으며, <동국세시기> 세함 항목을 보면 각 관아의 서리들 그리고 각 영문의 장교나 나졸들은 이름을 자필로 적어 문전에 놓아둔 명함상자에 넣어놓고 돌아온다 했다. 조정의 지출항목에 명첩지 항목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벼슬아치들의 명함 종이를 국비로 조달했던 것 같다. 이름이 자필로 돼있어 활자로만 된 현대 명함들보다 인간미가 나고 친근감이 가는 민영익의 명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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