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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화려한 농구 스타일? 그건 제가 아닙니다

--이현중 농구

by econo0706 2022. 12. 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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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24

 

안녕하세요. 농구선수 이현중입니다.

다들 즐거운 농구 시즌 보내고 계신지요.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반팔도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더웠는데 어느새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오랜만에 가을을 만끽하며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핀 제거 완료!

많은 분들이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안부를 물어 봐주세요.

얼마 전, 저는 핀을 제거하고 회복하고 있어요. 수술 자체는 간단한 수술이어서 긴장은 안 했어요. 혼자 1인실을 쓰면서 '이제 곧 농구를 할 수 있겠구나', '언제 미국 가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설렘 속에 밤을 보냈죠. 미국에서 수술을 받기 전날 밤과는 너무나도 다른 기분이었어요.

핀을 제거한 뒤 상처 부위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발을 쓰는 게 겁도 납니다. 마음과는 달리, 무리하면 다른 근육도 올라오더라고요.

그래도 조심스럽게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픽업 게임도 하고, 스킬 트레이닝도 받으면서 준비 중이죠. 얼마 전에는 모교인 삼일상고 선수들과도 함께 경기 했었어요. 체력을 끌어올려야 해서 페이스가 빠른 친구들과 주로 경기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와 함께 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농구장은 오히려 잘 안 다니고 있어요. 보고 있으면 더 농구가 하고 싶어져서 무리할 것 같거든요.

여자프로농구는 한번 보러 갔어요.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어 궁금했는데 마침 저와 가까운 신지현 누나와 김소니아 누나가 출전한다고 해서 응원할 겸, 하나원큐와 신한은행 경기를 보러 갔죠.

제가 (이)승준 형과도 가깝거든요. 승준 형은 데이빗슨 대학 입학 후에 알게 됐어요. 한국에 와서 픽업 게임을 같이 한 적도 있고요. 진짜 ‘빅 브라더’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도 타지에 나가서 홀로 생활했고, 승준 형이나 소니아 누나도 같은 처지에 있었으니 공감을 잘 해주세요. 사실 농구나 재활에 대해서는 말을 많이 안 하세요. 잘 하고 있지? 정도만 물어보시죠. 승준 형과 소니아 누나는 농구를 정말 좋아하는 커플이에요. 그날도 끝나고 밥을 같이 먹는데 농구를 정말 좋아하고, 서로 응원하는 모습 보니 정말 보기 좋았어요.

소니아 누나는 승준이 형 덕분에 알게 됐는데요. 생각해 보면 저는 누구와 친해지면 그 주변 분들과도 잘 친해지는 것 같아요. 덕분에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데이빗슨의 언더독 멘탈리티

미국에서는 NBA뿐 아니라 대학농구 시즌도 시작했어요. 데이빗슨 대학 성적이 좋다고 하던데 한국에서는 중계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소식만 확인하고 있어요. 포스터 로이어, 샘 메넨가 등 기존 선수들도 잘 하고 있고요.

전체적으로 팀이 6명 빼고는 다 바뀌어서 작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걱정은 하지 않아요. 제가 뛸 때도 데이빗슨은 늘 그런 평가였거든요. '얘네는 다음 시즌에 못할 거야'라는 평가가 따라다녔죠.

생각하면 늘 그랬던 거 같아요. 그렇기에 언더독 멘탈리티가 있는 학교죠. 올 시즌은 감독님까지 바뀌어서 흔들리는 시기가 올 텐데, 얼마나 잘 극복할 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언더독 멘탈리티를 유지하고 있어요.

꿈을 눈앞에 두고 부상을 입었고, 지금까지도 회복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낙담하지 않으려고 애써왔어요. 지금의 시간을 오히려 기회로 삼고 농구와 농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시간이라 믿고 있어요.

▲ 재활도 잘되고, 한국 생활을 잘 하고 있는 이현중 선수(출처=본인)

 

DB에서 뛰고 있는 저의 둘도 없는 친구, (이)준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준희는 학창시절부터 늘 기대주였어요. 덕분에 프로무대까지 왔죠. 그런데 최근 경기를 보면 약간은 벽에 부딪친 느낌이 들어요. 그 기분이 어떨지는 본인이 더 잘 알 것이고, 그 실망감 역시 잘 이해하기에 따로 이야기를 하진 않고 있어요. 하지만 잘 이겨낼 것이라 믿어요. 저와 비슷하게 낙담하지 않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길을 찾는 친구거든요. 이 자리를 통해 이 말을 전해주고 싶네요.

SNS도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르브론 제임스도 그랬죠. SNS가 지금처럼 활발했던 시대에 농구를 시작했다면 부담도 더 커지고 농구에만 집중하지 못했을 거라고요. SNS가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안 좋은 영향도 많이 준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SNS를 통해 사람들이 하는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본인 역할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잘 해낼 거라 믿어요. 응원하고요.

 

리딤팀에 대한 오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리딤팀’ 보셨나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미국 국가대표팀 스토리예요. 리딤팀 스토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영상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막연히 대학생이 안 되니까 그냥 NBA 선수들이 출전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코치 K’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님도 기량 좋은 NBA 선수들 뽑아서 쓰는 거라고 말이죠. 그런데 NBA 선수들이 출전하게 된 사연을 보니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님의 지도력, 코비 브라이언트와 르브론 제임스의 리더십 등 정말 괜히 월드 클래스가 아니라는 생각도 갖게 됐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비와 같은 팀이었다면, 혹은 코트에서 맞붙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요. 스페인과 대결했을 때 코비가 경기 시작하자마자 파우 가솔과 강하게 부딪쳐 넘어뜨린 장면입니다. 아시다시피 두 선수는 LA 레이커스에서 함께 하던 사이였잖아요. 그 승부욕이 굉장하다고 느꼈어요.

만일 대표팀에서 제가 친한 선수와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 상상도 해봤어요. 친구, 혹은 친한 형과 승부욕에 불타서 싸우기 직전까지 간다면 연습 분위기가 어떻게 될까, 과연 저렇게까지 승부욕을 불태울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됐죠.

물론, 아직 저는 NBA를 꿈꾸기만 할 뿐, 발을 들여놓지 못했어요. 아직 더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선수’로서 저 자신을 계속 돌아보는 거 같아요.

제 장점은 슛이에요. 그 슛을 더 잘 던질 수 있도록 해주는 BQ도 장점이라 생각해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난을 극복하는 것도 장점이라 생각해요. 어떻게 해야 안 무너질 수 있는지, 더 강해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단점이 많은 선수에요. 퀵니스, 수비 등…. 몸은 어느 정도 만들어가곤 있지만 단점을 보완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단점을 숨기면서, 저한테 잘 맞는 플레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크로스 오버 드리블, 화려한 덩크슛 등 그런 스타일은 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빨리 발이 낫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욕심 안 내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시 느끼지 못할 한국의 가을

미국 의료진이 제 핀 제거 수술을 해주신 김진수 박사님과 소통을 마치면 앞으로의 디테일한 일정이 나올 거 같아요. 이것을 토대로 에이전트 님과 미팅을 갖게 될 것 같고요.

그때까지는 회복에 주력하려고요.

아참, 한국에서의 가을도 마음껏 만끽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가면 친구, 가족들을 자주 못 보잖아요. 최대한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요. 성인이 돼서 한국에서 가을을 보내는 것이 처음인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감성을 많이 탑니다. 하하.

▲ 내년에는 이제 코트에서 볼 수 있게죠? / 출처=본인

카타르 월드컵도 시작됐잖아요! 저도 축구를 좋아해요. 친구들과 함께 보는 월드컵은 어떤 기분일지도 기대됩니다.

이런 추억들을 쌓아둔다면 가서도 좋은 원동력이 될 거 같아요. 물론, 한국에서 맞는 가을이 좋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더 잘 돼서 앞으로의 가을은 미국에서 보내는 것이 베스트겠죠?

그날이 올 때까지 계속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한국에서 제가 이렇게 운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신 가족분들, 주변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농구 시즌 되시고, 축구대표팀도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중 / 전 데이빗슨대 농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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