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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프로는 참 냉정한 곳이네요"

--이현중 농구

by econo0706 2022. 10. 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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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20

 

안녕하세요. 농구선수 이현중입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어느덧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습니다. 코로나19도 있지만, 모두 감기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정해진 계획대로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있어요. 그 와중에 프로농구가 개막했고, 어느덧 NBA 새 시즌도 시작됐습니다. 저 역시 농구를 즐기면서 제 시간이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의 근황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탄산과의 싸움, 힘들지 않냐고요?

아마 다음에 제 글을 보실 무렵에는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2주 뒤쯤 핀을 제거할 예정이에요. 애초 상태를 보고 10월 1일에 뽑자고 했는데, 미국의 퍼킬 박사님께서 혹시 모르니 한 달만 더 있어보자고 해서 시기를 조율했죠. 핀을 뽑고 상처가 아물게 되면 그때부터는 진짜 시작이죠. 제 컨디션을 찾기까지 6~8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재활은 순조롭게 잘 되고 있어요. 월 화 수 목 금, 매일 강성우 박사님께 가서 함께 훈련을 하고 있죠. 사실, 매일 기본적인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따분할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말이나 생각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감히 지겹다고 하면 오랫동안 힘들게 재활해온 선수들에게 실례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몸 관리를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사님께서도 재활하면서 새로운 자세를 알려주실 때도 있고, 이제는 상체뿐 아니라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있답니다. 

최근에는 NBA 프리시즌 경기를 봤어요. 보면서 몇몇 선수들보다는 그래도 내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기대도 하고 있고요. 

저를 더 힘나게 하는 소식이 하나 있어요. 에이전시를 통해 NBA 구단들이 제 몸 상태가 어떤지 문의가 온다고 해요. 그런 소식을 들으면 더 책임감을 갖게 되어요.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탄산이나 음주는 하지 않고 있어요. 저만의 약속이랄까요. 작은 약속도 혼자 만들고 지키는 것도 큰 선수가 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습관을 만들고 실천하려고 노력하죠. 탄산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은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하죠. 예를 들어 너무 탄산이 그리울 때는 탄산수를 마신다거나, 술을 마시고 싶다면 리커버리 차원에서 와인을 마시고 잠을 자요. 원래 탄산음료나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런 걸 마시면 불안해지는 느낌이라 잘 자제하고 있어요.

다만 농구를 못하게 하면? 아마도 못 참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

픽업 게임, 아직은 답답해요

지난번에도 전해드렸지만 이제는 픽업 게임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강박사님도 워낙 농구를 좋아해서 함께해 주시고 있고, 그밖에 서문세찬 선수를 비롯해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뛰고 있죠. 사실 아직은 답답해요. 100% 상태가 아니다 보니 적극적으로 수비를 한다거나, 제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진 못하거든요. 조심해야 할 단계죠. 그렇지만 운동화 끈을 매고 코트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좋을 때가 있어요. 친구들과 땀 흘리는 것도 재밌고요. 프로농구 시즌이 시작해서 이제는 멤버 모으기가 조금 힘들어지긴 했는데, 저도 100%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 친구들도 시간 나는 대로 만나서 함께 하고 있죠.

픽업 게임을 하면서 미래를 꿈꾸곤 해요. 사실 아직은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안정해진 상태에요. 핀을 뽑은 다음에 어떻게 운동할지 진지하게 논의할 예정이에요. 저를 돌봐주시는 이승호 형이나 BDA 스포츠 쪽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여러 팀들이 제 상태를 물어봐 주실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NBA에 들어갈 수 있는 옵션은 여전히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프리시즌 동향을 보면서 제가 알고 지내던 선수들은 어떻게 됐나, 잘 하고 있나 찾아보곤 해요. 드래프트에 되더라도 팀에 못 살아남는 선수들이 있더라고요. 

데이빗슨 대학에서 손발을 맞췄던 캘런 그레이디 선수는 최근 덴버 너게츠에서 커트(cut) 되었어요. 캘런 선수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걱정하지 않아요. 이게 끝난 건 아니거든요. G리그부터 다시 시작하면 계약을 따낼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요. E.J 리델 선수(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같은 에이전시라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ACL 부상을 입은 상태에요. 많이 안타까웠죠.

여러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을 보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해요. 하지만 여러 번 적었던 것처럼, 아직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만큼 착실히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웠던 KBL 현장 

지난달에는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도 다녀왔어요. 누군가 뽑히는 것도 보는 재미가 있지만, 안 된 선수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지명이 안 됐을 때는 마음이 안 좋았죠. 드래프트가 안 된 것에 대한 심정은 저도 이해가 되니까요. 냉정한 자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이게 끝은 아니니 다들 새로이 도전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지난 10월 15일에는 수원 KT와 울산 현대모비스 경기도 직관 다녀왔어요. (하)윤기 형과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해서 응원하러 갔죠. KBL 경기장에 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굉장히 치열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많이 응원을 가려고 해요. 조만간 윤기 형도 응원하고, 김효범 코치님(삼성)도 응원하러 갈 생각입니다. 

아 참, 현장에 갈 때마다 저는 고마움을 느끼고 와요.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한번은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다가 한참 사진만 찍다가 자리로 돌아온 적도 있었어요. 앞으로는 경기 시작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려고요. 그래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더 여유있게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 KBL신인드래프트 현장에서의 이현중 선수 / 사진출처=점프볼

 

KBL 선수들 중에서는 (최)준용이 형과도 같이 픽업 게임도 하고, 사적으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형은 제가 아는 농구 선수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같이 생활하다 보면 코트 밖에서도 농구를 생각하는 시간이 정말 많다는 걸 알 수 있죠. 재능도 재능이지만, 훈련을 함께 하다 보면 노력도 정말 많이 하는데,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거 같아요. 서로 꿈에 대해 이야기하곤 해요. 언젠가는 형과 NBA 서머리그도 같이 도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나라에서도 다 도전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는 적잖아요. 준용이 형은 와타나베 유타(브루클린 네츠) 선수와 동갑(1994년생)이에요. 아직 많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도전도 가능하고 좋은 경험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꼭 실현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새 시즌, 가장 기대되는 NBA 팀은?

프리시즌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정말 대단하다는 점이었어요. 몇몇 팀은 주전이 뛸 때와 안 뛸 때가 너무 다르거든요. 그런데 골든스테이트는 주요 로테이션 선수들이 아니더라도 계속 팀이 원하는 유기적인 패싱 게임을 시도하더라고요. 계약을 못 딴 선수들도 (잘 보이려고) 무리하지 않고 팀 농구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기대가 되어요.

▲ 언젠가 이 현장에 이현중 선수가 있기를./ 사진출처=게이티이미지

아, 최근 제가 ‘경기의 재구성’이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에 어머니와 출연했는데, 어머니가 작은 키에도 상대방 2미터 장신들과 대항하시고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드레이먼드 그린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어머니를 두고 드레이먼드 그린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딱 그 시기에 그린 선수가 조던 풀 선수를 때렸다는 뉴스가 났지 뭐예요! 저는 어디까지나 그린 선수 플레이의 장점만 언급한 것입니다! 하하. 

사실 미국에서든 어디서든 팀원들끼리 말다툼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물리적인 충격을 가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봐요. 물론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린이 너무 큰 잘못을 한 게 아닌가 싶네요. 워낙 통솔도 잘 하고 코트 위에서도 없으면 안 되는 비중이었기에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 나갈지 궁금해요.

또,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도 많기에 최상의 전력으로 리그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LA 클리퍼스와 LA 레이커스, 보스턴 셀틱스, 브루클린 네츠도 기대가 됩니다. 벤 시몬스 선수는 정말로 자신이 말한 대로 3점슛을 던질 지도 궁금해요. 프리시즌 동안에도 3점슛을 하나도 안 던졌더라고요!

정말이지, 24시간 농구와 함께 할 수 있는 계절이 돌아와서 너무 기쁘고 설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농구 팬분들도 같은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긴 문장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할 거 같아서, 앞으로의 각오는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스스로 잘 이겨내고 올라서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아마도 12월이나 1월까지는 한국에서 지낼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도 반갑게 인사드리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이현중 / 농구선수

 

자료출처 : 네이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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