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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몸상태 100%'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맘바 멘탈리티 입니다

--이현중 농구

by econo0706 2023. 2. 1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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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1. 27

 

안녕하세요! 농구선수 이현중입니다.

 

2023년에 남기는 첫 글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 모두 건강하게 원하시는 모든 일 다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저는 지난 1월 15일에 이곳 미국 캘리포니아로 넘어왔습니다. 떠나기 전에 미디어를 모시고 가볍게 근황과 계획을 전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그때 이후로 제 상황은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그래도 근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서 오늘은 미국에서의 제 생활에 대해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제는 100%입니다!

 

지금 저는 레돈도 비치(Redondo Beach)에서 지내고 있어요. 제 에이전트인 빌 더피의 집이기도 해요. 이곳은 제가 처음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은 뒤에도 지냈던 곳이에요. 그래서인지 뭔가 오랜만인 거 같지만, 과거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죠. 그때는 침대에만 누워있느라 집이 좋은 지도 몰랐는데, 제대로 탐색해 보니 참 좋은 곳이더라고요. 

 

LA에 도착했을 때 먼저 느낀 건 날씨가 무척 좋다는 거였어요. 한국에서 한참 추울 때 와서 그런지 날씨가 정말 마음에 들었죠. 제가 오기 전만 해도 LA에 비가 무척 많이 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아주 좋습니다.

 

LA에는 어머니와 함께 왔어요. 저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제 수술을 집도해 주신 퍼켈 선생님을 뵈는 거였습니다. 제 발을 보더니 되게 좋아 보인다며, 전체적으로 재활을 정말 잘해왔다고 해주셨죠. 한국에서도 100%라 생각하고 운동했지만, 그래도 직접 수술해 주신 분께서 100%라고 해주시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듣기로는 퍼켈 선생님이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운 분이라고 들어서 100%라는 말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습니다.

▲ NBA 진출 도전을 선언한 이현중 선수 / 사진=점프볼

 

아무래도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겠죠. 

 

김진수 원장님이 진료도 바로바로 잡아주시고, 치료도 잘 해주셨어요. 출국 직전에 미국에서 CT 촬영을 급하게 요청했는데, 빠르게 해결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온 것 같아 이 자리를 통해 다시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늘 말씀드리지만 강성우 박사님 덕분에 재활 과정이 순탄하게 잘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효범 선생님이 잘 봐주시고, 모용훈 형도 항상 제가 체육관에서 집중할 수 있도록 편하게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이렇게 건강을 되찾은 것 같아요. 

 

미국에 와서는 그렇게 퍼켈 선생님도 뵙고, 2~3일 정도는 시차적응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냈어요. 누나도 이곳에서 지내고 있어요. 저는 누나와 서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애틋함이 있어요.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누나가 일본에 있었고, 고등학생이 된 뒤에는 제가 호주 NBA 아카데미에 가고 그러다 보니 싸운 적은 정말 어릴 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서로 응원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온 뒤로 NBA 경기를 볼 기회도 있었어요. 지인께서 LA 레이커스와 멤피스 그리즐리스 경기를 볼 기회를 주셨는데, 지금 제게 필요한 건 경기를 보는 것보다는 운동을 해서 몸을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해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죠. 대신 누나가 그 자리에 가서 보았답니다. 

 

사실, LA에 왔다고 하니 데이빗슨 대학 식구들도 그렇고, 지인들도 많이 반겨주시고 안부도 물어봐 주세요. 다만, 다운타운에서 30~40분 정도 떨어진 거리이고, 저도 훈련이 계속 있다 보니 지금은 자주 뵙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어제는 새벽에 지진도 일어났어요. 규모가 4.2였다고 들었는데 잠깐 기울어지는 느낌이 들었죠. 꿈인 줄 알았는데 진짜더라고요. 온 집안사람들이 다 놀랐죠. 지진을 겪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게다가 최근 인근에서 총기 사건까지 있다 보니 되도록 집에 있으려고 해요. 운전할 때도 굉장히 조심하고 있죠. 은근히 무서워요.

 

클레이 탐슨 트레이너와의 만남 

 

개인 훈련은 지난주부터 시작했어요. 체육관 일정이 잡히자마자 바로 훈련을 시작했죠. LA 지역에 체육관이 워낙 많고, BDA 스포츠가 워낙 크고 유명하다 보니 서로 잘 알아서 섭외가 잘 되는 편이에요. 주로 10분, 20분 거리에 있는데 순탄한 편이죠.

 

요즘 저는 도와주시는 분은 아래층에 살고 계신 찰리 토레스 코치님이세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탐슨 트레이너이기도 하고, 베리타스(Veritas)라는 고등학교 팀의 코치이기도 해요. 베리타스는 조준희 선수가 뛰던 곳이기도 하죠. 

 

찰리 코치는 BDA 인터내셔널 소속이에요. 저는 BDA 소속이라 산타바바라에서 NBA 드래프트를 준비할 때는 패키 터너(Packie Turner) 코치와 준비했고, 해외에서 온 친구들은 찰리 코치와 준비를 했죠. 그래서 서로 안면은 있었지만 훈련을 같이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주로 슈팅 위주로 1대1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찰리 코치님은 농구를 정말 좋아하는 분이세요. 데이빗슨 대학 농구가 궁금했다며 정말 많은 걸 물어보시죠. 제가 닮고 싶은 선수 중 하나가 클레이 탐슨이었잖아요. 탐슨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시즌이 끝나면 같이 트레이닝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웨이트 트레이닝, 재활 테라피스트도 소개를 받았어요. 리벨 박사님은 코비 브라이언트, 제레미 린, 버드 힐드 등을 도와주신 분이세요. 이분들과 함께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급한 마음은 없어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기에 언제든 준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부상 이후 모든 게 불투명했던 상황들을 겪다 보니 이제는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소중하게 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제 몸을 100%를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거나 경기 체력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 고된 재활의 과정을 함께하는 'TEAM HYUNJUNG LEE'  / 사진=이현중 선수 본인 제공

 
 
넥스트 스텝을 기다리는 중

 

제 다음 스텝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침 글을 쓰고 몇 시간 뒤에는 전화 미팅이 잡혀있어요.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 거 같다고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어요. 

 

빌 더피는 굉장히 신중한 분이세요.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말을 해서 쓸데없는 기대를 갖지 않게 해주시죠.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언급 자체를 안 하시고, 확실한 것만 전달하는 스타일이에요. 대신 열심히 해서 증명해야겠다는 마음을 심어주시지요. 선수들에게는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G리그를 먼저 노리고 있습니다. 근데 거기서 바로 어느 팀을 갈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설명을 듣다 보니 과정이 좀 복잡했어요. 

 

제가 G리그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고 해도, 저를 데려가고 싶은 팀은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려야 해요. 

 

예를 들어 A팀이 저를 원해도, 그 A팀도 자신들 순번이 올 때까지는 저를 데려갈 수 없다는 거예요. 만일 17번째 순번이라면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죠. 이 과정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대요. 그래서 초조해하지 않고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 함께 꽃길로 향했으면

 

미국에는 저처럼 다음 스텝을 기다리는 한국 학생들이 더 있습니다. 

 

조준희 선수는 어릴 때 캐나다로 농구 유학을 온 친구예요. 지금은 캘리포니아에서 고등학교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LA에 와서 지난주에 만났었죠. 

 

조준희 선수를 처음 알게 된 건 데이빗슨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였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이 제한적이었을 때 체육관에서 픽업 게임을 하다가 알게 됐죠. 미국에서 농구하는 아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키가 그리 크진 않지만 운동능력과 슈팅이 준수했죠. 여기 온 만큼 같이 훈련을 하면 좋을 거 같은데, 지금은 컨디션 문제로 못하고 있어요. 조만간 회복된다고 하니 빨리 같이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얼마나 나아졌을지 궁금해요. 

 

여준석 선수도 곤자가 대학에 합류했죠. 

 

본인이 노력해서 얻은 무대이고 기회잖아요. 정말 축하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다치지 말고, 주변 기대에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잘 했으면 좋겠어요. 첫 시즌부터 뛰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늘 열심히 해왔던 선수니까, 그렇게 차근차근 자신만의 꿈을 펼쳐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맘바 멘탈리티 

 

미국시간으로 1월 26일이 코비 브라이언트의 기일이라 들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그때 저는 부모님께서 미국에 오셔서 함께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마침 구글에 코비 브라이언트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떴는데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학교 가니까 분위기 자체가 다운되어 있었어요. 몇 명은 울고 있을 정도였죠. 학교에 계획됐던 파티도 다 취소되고 묵념을 할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게 벌써 코로나19 발생 전이네요.

 

개인적으로 맘바 멘탈리티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자기 분야에서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은 선수이시잖아요. 정말 리스펙트 할 수밖에 없죠. 종종 코비의 동료로 뛰었다면 어땠을까, 정말 힘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KOBE BRYANT' / 사진=Gettyimages Korea

 

터프슛도 많이 던지고 패스를 안 하던 선수, 혹은 더블팀이나 트리플팀 수비가 와도 혼자 하던 선수로 묘사됐지만, 제가 트레이너나 코비를 봐주시던 의사분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평가는 같았어요. 정말 제일 하드워커였고, 훈련 때도 슛 하나하나를 낭비하지 않았던 선수라고요. 그렇게 괴로울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선수 커리어를 보내셨고, 계속 계셨다면 더 많은 영향을 주었을 텐데 너무 허무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거 같아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아직 이룬 것이 없지만, 그렇기에 더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보내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보낼 수 있을까 연구하다 보니 제 자신도 더 빨리 좋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프로 생활이 시작되든 늘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고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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