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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양반(兩班)이 살았던 마을 이야기

풀어쓰는 茶山이야기

by econo0706 2007. 4. 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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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조선왕조 영조 때의 실학자이자 지리학의 대가인 이중환(李重煥:1690~?)의 『택리지(擇里志)』라는 책은 독특한 내용을 담은 전문서적입니다.
 
인문지리의 독자적 영역을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책에 대하여, 다산도 일찍이 높은 학문적 업적으로 평가하여 그 책에 대한 해제격인 「발택리지(跋擇里志)」라는 발문을 쓴 바가 있습니다.
 
우선 다산은 택리지가 어떤 책인가를 한 마디로 규정합니다. “나라 안의 사대부(士大夫: 양반)의 사는 곳이나 별장과 같은 곳의 훌륭함과 그렇지 못한 점에 대하여 논한 책이다(論國內士大夫莊墅之美惡者也)”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곳이 인간이 살아가기에 편하고 좋은 곳이며 훌륭한 인재들이 배출되어 사대부(士大夫)로서 품위를 유지하며 살만한 곳인가를 설명합니다.
 
“생활하며 살아갈 이유가 있는 곳을 논해보면 우선 물이 있고 땔감이 있는 곳인가를 살펴야 하며, 그 다음으로 오곡(곡식의 풍성 여부), 그 다음은 풍속, 그 다음은 산천의 아름다움으로 따져야 한다(論生居之理 宜先視水火 其次五穀 其次風俗 其次山川之勝)”고 설명합니다. 식수와 땔감이 먼 곳은 사람의 힘이 너무 많이 들고, 오곡이 부족하면 흉년이 잦아 가난이 문제고, 문(文)을 숭상하는 풍속은 말이 많고, 무(武)를 숭상하면 싸움이 잦고, 이익을 숭상하면 백성이 간사스럽고 각박해지며 힘을 숭상하면 고루하고 난폭해지며, 산천이 흐리고 사나우면 뛰어난 인물이 적고 마음도 맑지 못하니, 이게 살만한 곳을 가려서 살아야 할 대체적인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라 안에 농장이나 별장이 아름답기로는 경상도가 최고라고 하면서 퇴계 후손들이 점유하고 사는 도산(陶山)일대, 서애를 추대하는 하회의 유씨, 학봉의 후손들이 사는 내앞(川前), 권벌(權撥)을 추대하고 사는 닭실(酉谷)의 안동권씨, 범들(虎坪), 오미(五嵋), 학정(鶴亭), 갈산(葛山), 소호(蘇湖), 석전(石田), 옥산(玉山), 또 다른 옥산(玉山), 우산(愚山), 해평(海平) 등의 마을을 거론하면서 전통적인 양반 마을로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아파트가 제일이어서 값이 높으면 최고지만 살만한 곳을 가려서 살아갔던 옛사람의 지혜에도 마음을 기울어보면 어떨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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