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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요즘의 몇 가지 즐거운 소식

풀어쓰는 茶山이야기

by econo0706 2007. 4. 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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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서양 논리 아니고는 어떤 것도 대접받을 수 없도록 세상은 바꿔지고 있고,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직장에 들어갈 수도 없도록 판세가 기울어버린 오늘, 오래된 옛날의 우리 것이나 한문으로 된 우리 논리는 설 자리가 없는 형편이 지금 이 나라의 실정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낡은 인간의 수작이라는 비난을 받기 마련인데,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우리 것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서울대 박희병교수가 연암 박지원의 글을 번역하고 해설까지 곁들인 『연암을 읽는다』라는 책을 보내주셨고,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에서는 며칠 전 『변영만전집』 상·중·하 세 권을 보내왔습니다. 근세 서울의 양대 문장가라던 위당 정인보와 산강 변영만(卞榮晩) 중에서 산강의 한문 문집을 번역한 책과 다른 글까지 모아 전집(全集)으로 간행한 것입니다. 누가 그런 고리타분한 책을 읽는다고 그 책을 번역해서 간행해주었는지 눈물겹도록 고마운 마음을 금할 길 없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아버지의 한문 글을 따님이 번역하고 연세대 국학연구원에서 간행한 『담원문존(薝園文存)』이라는 위당 정인보의 문집 상·중·하 세 권의 번역본을 따님인 정양완교수께서 직접 보내주셨습니다.
 
영조·정조시대의 대표적 문학가 연암의 글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당대의 학자이자 문장가들인 산강과 위당의 글을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기쁜 소식이자 경사(慶事)가 아닐 수 없지 않은가요. 시대야 18세기의 글이고 20세기의 글이지만, 그런 글 속에 우리 것들이 들어 있고 우리의 논리가 가득 담겨 있으니 어떻게 그런 것들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위당의 『담원문존』은 이 나라 국학(國學)을 알려면 필독의 책임은 어떤 학자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인데, 그런 책을 누구나 읽도록 번역판이 나왔으니 경사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영어가 판을 치고 영어 아니면 취직을 못할수록, 그런 국학의 책을 읽어야만 한다면 잘못된 생각일까요.
 
위당을 거쳐야만 다산의 진면목을 안다고 여기는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기쁜 소식이어서 우선 소식부터 전해드립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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