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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조선시대 이자와의 전쟁 上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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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 때문에 시중에 도는 자금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갈팡질팡이다. 부동산으로 가자니 보유세가 겁이 나고, 주식으로 가자니 불안하고 오죽하면 일수놀이나 할까 하는 말들이 돌까? 그러나 이런 사채놀이도 은행이 버티고 앉아 있어 재미보기엔 무리가 따를 듯 하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급전이 필요하면 어떻게 돈을 융통했을까? 은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정답은 역시 ‘사채’였다. 문제는 이 사채의 이자율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인데, 오늘의 주제는 조선시대 ‘불멸의 이자율’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하, 이번에 새로 발행한 3년 만기 국채가 별 반응이 없사옵니다. 예산은 빠듯하고,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예산을 빨리 집행해야 하는데…어쩌죠?”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세요? 이 등신스러운 놈아! 그런 건 호조에서 처리해야 하는 거 아냐? 호조판서…너 왜 그러니? 어렸을 때 부모님한테 사랑 못 받고 자랐냐? 혹시 서당 다닐때 왕따 당하고 그랬냐? 애가 갈수록 개념이 없어지냐? 공무원 생활 그 만큼 했으면 이제 좀 개념 가득찬 말을 할만도 한데 말야.”
 
“아니…저기, 국채가 안 팔리니까 어떻게 좀 대책을 세워보자는….”
 
“…알았어. 알았으니까, 네가 대책을 한번 말해봐. 한번 개념찬 대책을 말해봐봐.”
 
“에…그러니까, 거시기…이자율이 너무 낮다는 게 조선국채의 결정적 단점입니다. 연이율 10%니까, 이게 어디 씨알이 먹히겠습니까?”
 
“야야, 그게 무슨 소리야? 요즘 같은 저금리 시절에 10%면 어딘데….”
 
“저기, 전하…전하의 뒷주머니…아니 비자금…아니 정치자금을 관리하는 내수사에 한번 물어보십쑈! 이자율을 올리고 있는 주범이 어디인지!”
 
“어쭈! 이 자식 눈 치켜뜨는 거 봐봐라. 야, 너 잘하다간 치겠다? 그래, 한번 계급장 떼고 맞짱 떠보까? 당장 눈 안 깔어!”
 
“전하! 내수사에서 받는 이자율이 기준 이자율이 되어버린 상황인데, 국채 이자율에 눈에 차겠슴까? 전하, 머리를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는 게 아니라면 생각 좀 해 보십쑈!”
 
“야, 너 상당히 듣기 거북한 토킹을 날리고 있는데, 그래 내수사가 이자를 얼마나 봤는데? 어이 강내시! 아니…강 펀드매니저! 요즘 내수사에서 이자 얼마씩 받냐?”
 
“그게…그래설라무네, 서민들이 납득할수 있는 보편타당한 이자율을 받고 있는데…뭐시냐, 이번에 연방준비위원회에서 이자율을 올리는 통에…그 파장이….”
 
“일단 광고 다 빼고, 알맹이만 말해주면 안되겠냐? 뭔 놈의 서론이 3박4일이야?”
 
“…50% 받고 있습니다.”
 
“음, 50%라. 상식선의 이자율인데? 호조판서 왜 그래? 난또 한 7,80% 받는 줄 알았잖아!”
 
“…네 마음대로 하세요 전하.”
 
그랬다. 조선시대 금리를 결정하는 결정기관은 호조도 아니었고, 제2금융권도 아닌 바로 내수사 였다. 왕의 비자금을 전담으로 관리하던 내수사는 일단 그 규모면에서 여타의 펀드를 압도하는 크기라, 내수사에서 기준금리(?)를 발표하면 거기에 맞춰 시장가격이 조정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당시의 평균 금리가 50%라는 살인적인 수치를 기록하였다는 것인데,
 
“전하! 이게 말이 좋아 연리 50%지…50%면 이자 두 번 내면 원금과 쌤쌤입니다. 이런식의 고금리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내는 것은 물론, 기업이 생산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돈 벌 수 있는 사채시장에 뛰어드는 빌미가 됩니다!”
 
“워~워 진정해, 네가 나라 생각하는 마음은 다 알아듣겠는데…그래서 이식제한령(利息制限令 : 지금으로 말하면 이자 제한법 정도로 해석 가능하겠다. 원래 이자란 말은 일본식 단어이고, 조선시대엔 이식利息 이라 하였다)이란 게 있잖아. 생각해 봐라. 복리이자는 무조건 금지하고, 이자가 원금이상 나오지 못하게 규제한다는 거…이거 얼마나 인간적인 법률이냐? 이 정도 안전장치만 있어도 경제는 다 돌아가니까. 그만 오바해라.”
 
“전하! 이대로 가다간 조선의 경제는….”
 
“어이 호조판서! 혼자만 충신이야? 전하가 괜찮다잖아!”
 
“이거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보나? 그래 너 혼자 백성 사랑하고, 경제 걱정하는 훌륭한 경제 관료다. 이 잡스런 놈아! 그럼 우리는 백성들 등쳐먹는 탐관오리냐? 이게 지혼자 잘났다고 설쳐요…. 전하, 이 참에 경제팀 교체하죠?”
 
“맞습니다! 경제는 마인드라잖습니까? 계속 좋다 좋다 말하면 좋아지는 게 경제라는데, 이건 뭐 나라의 경제를 총괄하는 호조판서란 작자가 툭하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둥, 경기를 말아먹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저기, 조각 명단 뽑아드릴까요?”
 
“맞습니다 전하!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벌써부터 샴페인을 터트렸다간 나라 절딴 납니다. 일단은 성장이 먼저입니다. 아랫목이 따뜻해 져야지, 윗목도 차차 따뜻해지는 거 아닙니까? 일단 빵을 키우고 나서 빵을 나눠줘야지. 한 쪼가리 될까말까한 빵을 지금 나눠주겠다고 설치다간 나라 절딴 납니다. 저눔자식 저거 분명 빨갱입니다. 빨갱이!”
 
갑작스런 상황변화! 어째서 조정 안 대신들은 이자율을 제한하자는 말에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것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경제 사극 ‘조선시대 이자와의 전쟁’은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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