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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무대포 정신? 下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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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8천명의 기병대를 이끌고 남하한 신립장군에게 조정에서는 연일 작전명령을 보내오는데,
 
“어이 괜히 설치지 말고, 조령에서 둔치고 앉았다고 올라오는 왜놈들 쓸어버려. 응? 알았지?”
 
“내가 노파심에서 말하는 건데, 괜히 객기 부리지 말고 조령만 틀어 막어라 알았지?”
 
이런 조정의 생각을 왜놈들도 알았는지, 연일 정찰대와 수색대를 보내 조령을 수색정찰하게 되는데,
 
“조선놈이노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조령을 버리지 않을것이므니다! 분명 매복하고 있을 거므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조령에 매복한 조선군이나 찾아야 하므니다!”
 
그러나, 조선군은 조령에 없었으니….
 
“이거 클났는데, 위에다간 큰소리 치고 왔는데…당췌 방법이 없으니….”
 
그랬다. 이 당시 신립장군은 몇가지 고민에 빠져 있었으니,
 
“이일 이자식이 상주에서 패해버렸으니…방법이 없잖아?”
 
이때 왜군은 1군과 2군으로 나눠서 서울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상황. 상주에서 이일이 막아주면, 이때 신립이 왜군을 박살내고, 이일과 연합해 나머지 왜군도 쓸어버린다는 생각이었으나, 이일이 패해버리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자…장군 클났슴다. 탈영병이 점점 늘어나는데요?”
 
“뭐야? 이눔 자식들 나라가 지금 망하기 바로 직전인데….”
 
급하게 모아 놓은 병사들이니 훈련은커녕 군복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상황. 책든 선비들까지 차출한 상황이니 사기가 있을 턱이 있을까?
 
“이 상황에서 조령고개에 들어가 매복했다간….”
 
“아마 얼씨구나 하고 탈영할 겁니다. 평지에 있어도 탈영병이 속출하는데, 깊숙한 산골짜기라면 병력통제가 안될 겁니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다 보니 신립은 결국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다.
 
“인생 뭐 있겠어? 한방이지 뭐. 이렇게 찔끔찔끔 병력 잃고 있다간 나중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쫓겨 날거야. 제대로 맞짱 한번 뜨고, 이기면 좋은 거고…지면 뭐…다같이 사이좋게 해피투게더 하면서 물에 빠져 죽으면 되지 뭐.”
 
그랬다. 신립은 로또 전투를 택했던 것이었다.
 
“자…장군, 병력수는 쪽바리 놈들이 훨씬 많은데 평지에서 일대일로 맞붙었다간 쪽수에 밀립니다. 그리고, 쪽바리 놈들이 들고 있는 조총 때문에 기병전투는….”
 
“인생 한방이잖아. 괜히 쫄거 없어. 기병으로 밀어 붙히면 돼! 그리고 기병 전투는 산에서 보다는 평지에서 싸우는게 훨씬 유리해! 너 한니발의 칸네 전투도 못봤냐? 로마인 이야기 안봤어?”
 
“아니 그래도 장군…가능성 있는 한방으로 가시죠? 로또전투는 거의 813만분의 1의 확률인데….”
 
“일단 셔터 마우스 해줘라. 네 이야기 듣자니 막 짜증이 날라 그런다.”
 
이리하여 신립은 다닥다닥 끌어 모은 8천 병력을 탄금대에 집결시키는데,
 
“인생 한방이다! 기병으로 밀어 붙히면 쪽바리 놈들도 쫄거야! 자 힘내서 돌격하자!”
 
이 모습을 지켜보는 일본군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조선군을 바라보는데,
 
“조선군이나 개념을 완전 물 말아먹었스므니다. 조총 앞에서 기병전이라니…더구나 여기는 습지가 아니므니까?”
 
“완전 무데뽀이므니다.”
 
“나가시노 전투에서 다케다군은 방패라도 들었는데, 조선군이노. 아예 개념이 없스므니다.”
 
“뭐하고 있스므니까! 조총대 준비시켜야 하므니다!”
 
그랬다. 기병의 힘은 스피드에서 나오는 충격력인데, 이 당시 탄금대 전장은 발이 푹푹 빠지는 습지였었던 것이다. 논밭과 같이 붙어있는 이 질척거리는 땅에서 기병이 무슨 힘을 발휘할까? 신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격 명령을 내리는데,
 
“무조건 돌격! 못먹어도 고! 가서 저 문어대가리 놈들을 쓸어….”
 
신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선 기병대들은 돌격을 하였고, 그대로 조총의 밥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조선놈이노 완전 또라이므니다! 계속 장전해서 쏴버리므니다!”
 
“완전 나가시노 전투의 재판이지 않스므니까? 조선군이나 진짜 무데뽀이므니다.”
 
신립의 8천 기병은 그렇게 탄금대에서 녹아내렸던 것이다. 임진왜란 최초의 제대로 된 데스매치에서 신립은 어이없게도 나가시노 전투를 리메이크 하였던 것이다. 말 그대로 무대포 정신으로의 돌격이었던 것이다.
 
훗날, 임진왜란이 끝나고 다시 3백년이 지나고 나서 경술국치의 치욕을 경험해야 했던 조선은 그 이후 일본인들이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이 ‘무데뽀’라는 말을 다시 접하게 된다. 일본인들이 개념 없고 막무가내로 밀어 붙히는 모습을 말할 때 마다 ‘무데뽀’라 말하는 것을 보고, 우리 민족도 자연스럽게 ‘무대포’란 말을 쓰게 되었던 사연….
 
이제 독립을 한지도 어언 60년 한갑자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무대포’란 말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지배의 그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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