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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관우를 사랑했던 임금 上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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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전에 명나라 장수들의 압력에 의해 관왕묘를 만들고, 억지로 관왕에게 4번 절을 한 선조의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관우에 홀딱 반해 ‘관사마’ 신드롬에 휩싸인 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약소국이기에 어쩔 수 없이 관왕묘를 짓고, 굴욕적으로 사배례(四拜禮)했던 치욕의 역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관우가 좋아서 관우에게 절하려 하였던 임금…오늘의 주제는 관우를 사랑했던 임금 숙종에 관한 이야기이다.
 
“크흑, 내가 말야 날밤 까면서 삼국지를 읽고 있는데 말야. 아무리 봐도 관우…아니 관왕은 하늘이 내린 신장(神將)이란 생각이 들어, 조조의 백만 대군에 둘러 싸였는데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백만 대군 속을 뚫고 들어가 유비의 아들인 아두를 구출해 내는 모습, 장판파에서의 그 놀라운 용력은 보는 사람을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게 만든다니까. 감동이었어.”
 
“저기, 전하. 장판파에서 아두를 구해내는 건…조자룡 아닙니까?”
 
“너 이시키, 어디서 짝퉁 삼국지 읽고 와서 설레발이야? 내가 본 삼국지에는 분명 관우가 아두를 구해온 걸로 나와 있는데!”
 
“저기…전하 혹시 코에이에서 나온 삼국지 7 하신거 아닙니까?”
 
“너…너너 지금 뭐라는 거야? 내가 관우라면 관우야! 현정화라면 현정화고 관우라면 관우야! 과…관우가 어떤 사람인데? 너 알어? 그 사람은 말야. 딱 가…가서 너 존슨? 나 관우야 그런 다음에 청룡도를 들고 졸라게 내리쳐 그럼 딱…봐 이렇다니까, 이렇게 팔을 올려 그럼 팔이 부러지도록 청룡도로 내려치는 거야! 왕이 관우라면 관우지 네가 뭔데? 어? 너 죽고 싶어?”
 
그랬다. 숙종은 관우에게 푹 빠져 있었다. 문제는 일반인이 그랬다면 개인의 문제로 끝이 나겠지만, 왕이란 직책에 있는 사람이 관우에 빠지게 되면 일 자체가 ‘나라의 일’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관사마님이 있는 관왕묘에 찾아가 예를 올리려고 하는데, 어이 영의정! 거 졸지 좀 말고, 그러니까 설라무네 이번에 한번 우리 관사마님에게 인사를 드리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예를 올려야 할지 한번 고민 좀 해봐봐.”
 
숙종, 이제 관왕묘로 나아가 직접 절을 하고 술을 따르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허 이거 참. 야 도승지! 너 이 자식아 전하한테 삼국지같은걸 왜 보여줘서 일을 만들고 그래?”
 
“그게 뭐 제 맘대로 되는 일입니까? 갑자기 삼국지를 꺼내 읽더니만, 진 삼국무쌍이랑, 삼국지7 컴퓨터에 깔고는 밤새도록 게임을 하더니만….”
 
“…결국은 삼국지 게임 하다가 이렇게 되었다는 소리군.”
 
“자자, 이미 삼국지 본거는 본거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대책회의나 합시다.”
 
“대책회의 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잖아! 선조대야 떼놈들이 절하라고 등 떠미니까 어쩔 수 없이 한 거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등 떠미는 떼놈들은 이미 폭삭 망한 상황인데, 무슨 배례야?”
 
“그렇다고 안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모가지 잘릴텐데?”
 
“아니, 좋아할려면 국산도 많은데 왜 하필 중국애야? 욘사마도 있고, 그래 이순신 장군이나 강감찬 장군도 있는데 왜 하필 관우냐고.”
 
“지금 그런 푸념 할 시간 없거덩? 전하가 관왕묘에 참배하러 갔는데 어떻게 할건지 일단 그거부터 정하자고…. 내 생각에는 사배례(四拜禮) 하는 건 좀 존심이 상하는 거 같고, 간단하게 허리나 까딱하고 마는 수읍(手揖 :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예의를 표하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다들 어때? 반대 없지? 그럼 그렇게 하자고”
 
영의정과 조정 대신들의 건의한 관왕묘 참례에 관한 배례 절차를 전해들은 숙종은 여기에 대충(?) 동의를 하게 되는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숙종…관우를 정말 사랑했던 것이었다.
 
“야, 네들 관우가 얼마나 대단한 충의지사(忠義之士)인지 알지? 문무겸전(文武兼全)에 그 대단한 용력하고, 유비에 대한 아름다운 충절…네들이 중국 사람이라고 좀 꺼려하는 마음이 있는 건 나도 알거든? 그런데 사람은 자고로 좋은 게 있으면, 보고 배워야 한다니까! 네들도 관우의 마음을 좀 받아봐. 뒤에 가서 왕 뒷담화 깔 생각하지 말고, 그래서 말인데…내가 이번에 관왕묘를 갔다 와서 생각한 건데, 전국에 관왕묘가 깔린 거 까지는 좋은데 관리가 안 되고 있어요. 좋은 거라고 알고만 있으면 뭐해? 알면 실천을 해야지 안 그래? 그래서말야. 이참에 관왕묘에 제사 지내는 걸 정례화 하는 거 어때?”
 
숙종의 폭탄선언! 관왕묘에 지내는 제사를 정례화 한다니! 이제 국가차원에서 관우를 섬기겠다는 것이 아니던가? 하고많은 장군들 중에서 왜 하필 중국 장군, 그것도 소설에 의해 뻥튀기 된 관우를 골라서 제사를 지낸다고 선언한 것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 사극 ‘관우를 사랑했던 임금’은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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