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현중] BE-'LEE'-VE! 이현중을 믿는다, 우리 모두가

--이현중 농구

by econo0706 2022. 9. 16. 19:47

본문

2022. 03. 17

 

CAN YOU BE-‘LEE’-VE IT?

A10 컨퍼런스 토너먼트 경기 중계 중 눈에 띈 피켓 문구.

‘believe(믿다)’에 이현중(데이빗슨 대학, 3학년)의 유니폼 뒤에 새겨진 ‘Lee’를 끼워 만든 응원 문구였다. 

 

19일 오전 10시 40분(한국시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의 본 세쿠스 윌니스 아레나(Bon Secours Wellness Arena)에서 열리는 2022 NCAA 토너먼트 서부지구 1라운드를 지켜보는 우리 농구팬들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날 이현중과 데이빗슨 대학은 미시건주립 대학과 맞붙는다. NCAA 토너먼트는 입학 후 처음으로, 데이빗슨 대학은 10번 시드를, 미시건주립대는 7번 시드를 받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NCAA 토너먼트 무대를 밟는 선수는 1984-1985시즌 이은정(루이지애나-먼로), 2008-2009시즌 최진수(메릴랜드) 등에 이어 역대 3번째. 

 

이현중은 2학년이었던 지난 시즌 야투 50.8%, 3점슛 44.2%, 자유투 90%를 기록해 NCAA 역대 11번째 180클럽 가입자가 됐으며, 올 시즌은 한층 더 성장해 전력 누수가 많았던 데이빗슨 대학을 토너먼트로 이끄는 쾌거를 이루었다. 본인 역시 A10 올-컨퍼런스 퍼스트팀에 선정됐으며, 익히 알려진 것처럼 줄리어스 어빙 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토너먼트는 대학 커리어의 정점을 찍는 무대라 할 수 있다. 듀크, 캔자스, 켄터키, 미시건 주립, UCLA 등 올 시즌 토너먼트 상위시드에 있는 명문들이야 토너먼트가 ‘연례행사’일 수 있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당장 데이빗슨 대학만 해도 2018년 이후 오랜만에 큰 무대에 서게 됐고, 데이빗슨 대학에 일격을 안긴 리치몬드 대학도 토너먼트 진출이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 때문인지 현지 지역 신문, 방송에서도 기대감이 대단하며, 그 관심 또한 집중되고 있다.

17일 현재 데이빗슨 대학은 경기가 열리는 그린빌에 도착했다. 다만 지난 주 자신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 호평을 받았던 이현중은 3일 연속 경기를 가진 지난 대회의 피로감, 토너먼트 경기가 갖는 무게감 등을 감안해 지난 며칠간, 팀 전체적으로 인터뷰와 같은 대외 활동은 자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의미에서 ‘3월의 광란’, ‘빅 댄스’라 불리는 메인 이벤트에 앞서 지난 A10 컨퍼런스 토너먼트를 돌아보고, 미시건주립대와의 경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연재되던 칼럼의 마지막 편이 2학년이었던 이현중과의 인터뷰였는데, 그의 경기로 또 한 번 글을 쓰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 나쁘지 않았던 결승 여정

포드햄 대학과의 8강은 74-56으로 여유있게 승리했다. 정규시즌에는 1월 23일 원정에서는 3점차(69-66)였지만 이후 2월에 가진 홈경기에서는 66-45로 쉽게 꺾었던 상대였다. 주역으로든, 식스맨으로든 이현중 입학이래 포드햄 전은 늘 승리였다. 이현중 역시 토너먼트 시작에 앞서 강한 자신감을 엿보였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 이날 이현중은 30분간 11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마이클 존스(33분) 이후 가장 긴 시간을 소화했다.

 

▲ 포드햄 대학과의 경기에서 활약중인 이현중 선수 / 사진 = gettyimages Korea

 

코트에 나섰던 시간에 비해 슈팅 기회 자체는 많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이현중에게 가해진 술래잡기 수비 탓이었다. NBA 같은 트래킹 시스템이 제공되진 않지만 경기를 본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찬스를 잡기 위한 이현중의 활동량은 코트 위 10명 중 가장 많았고, 이는 팀 전체 공격 밸런스에 도움이 됐다.

 

공을 잡더라도 찬스가 아니더라도 무리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조급해하지도 않는 모습은 정규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리바운드 가담, 도움 수비 후 리커버리 등에 있어서도 잘 무장된 이현중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이현중의 멘토 역할을 해온 김효범 코치 뿐 아니라 그를 지켜본 여러 스카우트, 코치, 중계진들도 말했던 부분으로, 누구를 상대하든 자기 공격에만 에너지를 쏟지 않는 부분은 큰 가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빗슨 대학은 컨퍼런스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빅맨 루카 브라이코비치가 전반에 이른 파울을 범하면서 흐름을 못 잡은 게 아쉬웠지만 2학년 샘 메넹가가 15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역할을 잘 해줬다. 벤치에서 나선 데스먼드 왓슨(1학년), 그랜트 허프만(2학년)이 각각 13점, 9점씩을 기록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시즌 중 30점 가까이를 합작해주던 브라이코비치, 포스터 로이어를 잘 메워준 것이다.

 

◆ 의심하지 않았던 경기에서의 승리.

 

이날 경기 내용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나온 주역들의 코멘트였다. (A10 컨퍼런스는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기자회견을 생중계했다.)

 

이날 포드햄은 3점슛 28개 중 24개를 놓쳤다. 성공률은 14.3%. 데이빗슨 대학의 외곽 수비가 잘 됐다. 기민하고 부지런했다. 또 집중력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밥 맥킬롭 감독은 한 코치의 이름을 언급하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애틀랜틱 10 컨퍼런스에는 좋은 3점슈터들이 많다. 이에 대해 충분한 리허설을 해왔다. (어시스턴트 코치) 윌 리걸이 스카우트를 잘 해왔다. 개개인에 대한 클로즈아웃 수비가 잘 됐다.” 노감독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코멘트였다.

 

이현중의 코멘트 역시 인상적이었는데, “팀에 득점할수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3점슛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우리팀에는 이타적인 선수들이 많고, 또 득점해줄 선수들이 많다”라며 벤치에서 큰 역할을 해준 후배들을 언급했다.

 

언젠가 이현중은 필자와의 대화 중 자신이 데이빗슨 대학 입학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태도’를 꼽았다. “팀이 이기든 지든 성적이 안 좋으면 다운되고 그랬는데 이제는 인정한다”, “어떻게 하면 팀도 돕고, 나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런 그의 자세는 데이튼 대학과의 원정 경기 중 중계진이 언급한 장점과도 일치했다.

 

◆ 데이빗슨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토너먼트 일정은 바쁘게 진행됐다. 바로 다음날, 미국시간으로 오후 1시. 세인트루이스와 4강전을 치르게 됐다. 세인트루이스 대학은 2월에 21점차(79-58)로 이긴 상대였다. 당시 로이어가 빠졌지만 이현중이 시즌 최다 29득점(3점슛 4개, 자유투 9개)을 기록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정규시즌에 보인 강세는 이날도 이어졌는데, 데이빗슨이 84-69로 대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4강에서 이현중은 16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로이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자유투(5개)를 얻어냈으며 리바운드는 브라이코비치(10개) 다음으로 많았다.

 

▲ 세인트 루이스 대학과의 경기에서 과감하게 골밑을 파고드는 이현중 선수의 모습 / 사진 = gettyimages Korea

 

데이빗슨은 그들이 자랑하는 화력을 뽐냈다. 23개의 3점슛 중 10개를 꽂았고, 전체적인 볼없는 움직임도 좋았다.

‘야후스포츠’는 경기 전망 기사에서 “유기적으로 맞춰가는 공격을 보면 데이빗슨 대학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라고 극찬했는데, 딱 그 칭찬에 맞는 모습이 나왔다. 중계진도 마찬가지로 “Movement without basketball! Davidson! They are beautiful to watch”라며 포인트를 짚어줬다.

2월 말 3경기 연속 20+득점을 올리는 등 좋은 슛감을 보인 이현중은 이날도 타이트한 수비를 떨쳐내는데 집중했다. 첫 3점슛이 전반 종료 7분 42초를 남겨놓고야 터졌다. 여러 이유가 있다. 본인이 터프샷을 던지는 스타일도 아닐 뿐 더러 수비도 끈적하게 붙었다. 198cm의 조던 네스비트는 공 흐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현중만 바라봤다. 이현중이 코너에 있든 윙에 있든 시선을 떼지 않았다. 스크린이 제대로 안 걸릴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30분 이상 필요한 이유는 역시나 데이빗슨 특유의 시스템을 연결시킬 줄 아는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굳이 돌파를 하지 않아도 그가 공을 잡으면 수비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고, 후반에 그는 이 ‘현상’을 활용해 동료의 골밑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데이빗슨 대학의 21점째를 찍는 이현중의 첫 3점슛을 시작으로 존스, 브라이코비치의 연속 3점슛이 터지면서 데이빗슨은 9점차(27-18)로 달아났다. 접전이던 승부가 본격적으로 기운 순간이었다. 여기에 전반 리바운드(20-10)에서 압도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세인트루이스는 후반 15분을 남기고 풀코트 프레스를 시도했으나 데이빗슨 대학이 이를 해결하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초반 몇 초는 당황했으나 이내 빠르게 공을 넘기면서 손쉬운 득점을 뽑아냈다. 풀코트 프레스가 실패한 시점에서 스코어 차이는 20점. 승기가 넘어왔다.

사실 세인트루이스가 승복한 건 그로부터 한참이 더 지난 뒤였다. 브라이코비치의 전매특허 백다운으로 63-41이 되면서 게임이 끝났다고 여겼으나 상대는 종료 2분여를 남기고 12점차까지 쫓아갔다. 쐐기를 박은 건 이현중이었다. 2분 5초를 남기고 이현중이 상대 가드 디안드레 존스를 상대로 드라이브인, 그리고 앤드원을 얻어냈다. 그만 쫓아오라는 의미 같았다. (자유투는 미스)

◆ 흔들린 리듬

승리와 별개로 경기를 시청하던 김효범 코치는 이현중의 4강 후반전 슛감이 좋지 않았던 것에 주목했다. 리듬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을 느낀 것이다. 데이빗슨 대학에게 결승전은 3일 연속 치르는 경기였다. 물론 상대 리치몬드는 4일 연속 경기였기에 둘 다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리치몬드는 A10 컨퍼런스의 ‘언더독’으로 전력상 열세를 뒤집느라 진땀을 뺀 상태. 그러나 반대로 데이튼 대학을 15점차로 뒤집는 이변까지 일으킨 덕분에 기세만큼은 남부럽지 않았다. 또한 여러 이유로 대학에서 4년 이상을 보낸 선수들이 많다는 점 역시 단판 승부에서는 이점이 됐다.

분위기 싸움이 중요한 시점. 초반 흐름을 어떻게 가져갈 지가 중요했는데 공교롭게도 팀에서 가장 득점을 잘 해주던 두 선수의 공격이 조용했다. 로이어와 이현중이었다.

 

▲ 리치몬드 대학을 상대하고 있는 포스터 로이어 (흰색 유니폼 0번) / 사진 = gettyimages Korea

 

결과부터 말하자면 두 선수는 이 경기에서 16개의 슛을 던져 2개 밖에 넣지 못했다. 3점슛은 11개 중 2개. 32.3득점을 올려주던 선수들이 단 12점. 그럼에도, 비교적 끈적하게 승부를 잘 가져갔다고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힘들게 가져온 흐름을 쉽게 내준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결승전이 열린 캐피탈 원 아레나(워싱턴 위저즈 홈구장)에는 8,452명이 입장했다. 이 경기는 ‘CBS’를 통해 중계됐는데, 같은 시간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리고 있을 브루클린 네츠와 뉴욕 닉스간의 NBA 경기 중계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이안 이글의 목소리를 듣게 되니 느낌이 남달랐다.

 

다시 경기 내용으로 돌아오자. 이현중은 여느 경기와 마찬가지로 상대 수비가 바싹 붙어있었다. 리치몬드 대학 4학년 안드레 구스탑슨은 득점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8분이나 소화했는데 그만큼 경기 내내 이현중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며 밀착 수비를 쉬지 않았다.

 

결국, 결승 후반에는 3일 연속으로 상대 수비를 떼어놓기 위해 범핑을 하면서 많은 마일리지를 소화한 것, 그리고 그 와중에도 도움 수비에 참여하는 등 활동량을 많이 가져갔던 여파가 드러났다.

 

김효범 코치는 “아마 (이)현중이 스타일상 그런 것(일정, 견제)을 이겨내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가장 실망을 했을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시즌 중이면 감이 흔들리면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는데, 연속 경기를 치르는 토너먼트 특성상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현중 뿐 아니라 다른 2경기와 달리, 전체적으로 팀 리듬이 다운되어 있었는데, 장기인 3점슛을 떠나 슛 찬스를 잡는 움직임도 둔했고 볼을 갖고 있는 시간도 길었다. 이들은 첫 19개의 슛 중 15개를 실패했다.

 

로이어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로이어는 전 은사였던 탐 이조(미시건 주립대) 감독이 “언젠가는 코치로 돌아올 것”이라 말할 정도로 영리한 선수로 평가되지만, 본인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다 보니 이현중과의 조화로운 플레이는 그리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는 시즌 내내 언급됐던 이슈였는데 이날은 유독 더 타이밍이 서로 맞지 않았다.

 

공격만큼이나 수비에서도 이슈가 발견됐다. 4학년으로 대학 무대에서 통산 2,000득점을 넘긴 제이콥 길야드의 현란한 공격을 당해내지 못했다. 특히 스텝백 3점슛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그는 26득점을 기록했다. 골밑에서는 네이슨 케이요, 타일러 버튼이 상대를 괴롭혔다. 전반 내내 끌려 다니던 데이빗슨 대학은 전반 막판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이현중의 어시스트를 받은 존스의 골밑슛을 시작으로, 존스와 메넹가의 3점슛으로 26-25, 역전을 이룬 채 전반을 마쳤다.

 

그런데, 후반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 데이빗슨이 첫 4분여 동안 ‘26’에 묶인 동안 점수가 뒤집어진 것이다. 그 갈증을 풀어준 것은 역시나 데이빗슨 대학의 주무기인 3점슛이었는데, 로이어, 이현중존스가 내리 폭발하면서 49-42까지 달아난 것이다. 메넹가도 최고의 하루를 보내는 듯 했다. 상대 추격세가 거셌지만, 데이빗슨은 1분 26초전 이현중의 패스에 이은 브라이코비치의 덩크로 60-54로 분명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1분 22초 동안 타일러 버튼(2회), 맷 그레이스(1회)에게 세 차례 앤드원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기어이 리드를 내준 데이빗슨 대학은 종료 2.5초를 남기고 2번의 타임아웃을 통해 동점 찬스를 설계했다.

 

공격 시작은 앤드라인. 2.5초로는 어림도 없는 시간이었기에 가능한 빨리 공을 전진시키는 게 중요했다. 우선 공을 공격 진영으로 넘긴 뒤 재빨리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이현중이 공을 캐치하기가 무섭게 타임아웃을 요청해 ‘전진’에 성공했다. 남은 시간은 1.7초.

 

여전히 짧은 시간이지만 하프코트에서라면 원 샷 플레이를 노려보기에는 충분했다. 인바운드 패스는 이현중이 맡았다. 마지막 슛을 이현중이 던지는 것을 기대했지만, 밥 맥킬롭 감독은 인바운드 패서로 이현중을 활용하고 슛은 존스에게 맡겼다. 이현중이 신장이 좋고, 그의 패스가 팀에서는 가장 안정적이고 정확도가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리가 있는 배치였다. (기왕이면 그가 던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 리치몬드 대학을 상대하는 이현중 선수의 외곽슛 장면  / 사진 = gettyimages Korea

 

하지만 존스의 슈팅 기회는 구스탑슨이 재빨리 커버하면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저런 스토리가 많았던 고학년 팀 리치몬드 대학은 11년 만에 토너먼트 진출의 쾌거를 이루었고, 오랜만에 A10 컨퍼런스 챔피언을 노렸던 데이빗슨 대학은 토너먼트 선정 위원회의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 스파르탄스는 얼마나 알고 있나

 

popular upset pick

nice for TV

 

데이빗슨 대학과 미시건주립대 대진이 결정되면서 이런저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 어슬래틱’과 ‘ESPN’ 등 여러 매체들이 업셋, 즉 하위 시드가 상위 시드를 잡는 이변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기로 이 경기를 꼽고 있다. 디 어슬래틱의 경우 17명의 패널 중 7명이 데이빗슨 대학 승리를 전망하고 있다. 과거 스테픈 커리의 데이빗슨이 10번 시드로 올라가 곤자가 대학을 당황(82-76)시켰던 것처럼 이변을 재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당시 데이빗슨은 2라운드 조지타운, 16강 위스콘신을 꺾고 8강전까지 진출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 경기는 ‘로이어 더비’로 비춰지고 있다. 로이어가 지난 시즌까지 미시건주립대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미시건 태생인 그는 2018년 미시건주 미스터 바스켓볼이었으며, 지난 시즌까지 식스맨으로 활약했다. 3학년을 마치고 데이빗슨 대학으로 전학온 그는 16.3득점 3.3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전학생들 공백이 생긴 데이빗슨 대학을 토너먼트로 이끌었다.

 

이런 배경 탓인지 절대다수 매체들은 이 경기의 메인 이슈로 ‘로이어 더비’를 잡고 있다. 포스터를 9학년 때부터 지켜봤다는 탐 이조 감독은 “사람들이 이 경기를 ‘포스터 대 이조’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짓궂은 팬들은 포스터를 계속해서 건드릴 것이며, 기자들 역시 앞으로 수차례 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포스터가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 그나마 경기가 중립지역에서 열리니 다행이지만 말이다.  

 

두 팀의 맞대결은 역사가 없다. 토너먼트에서는 처음이라는 의미. 두 학교를 이끄는 감독들은 대학 농구 거장들이다. 맥킬롭 감독은 익히 알려졌듯 데이빗슨 대학에서만 30년을 지낸 인물이고, 탐 이조 감독은 24년 연속으로 미시건주립대를 토너먼트로 이끌었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지난 10년 간 배출된 제자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 밥 맥킬롭 감독,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의 모습 / 사진 = gettyimages Korea

 

두 감독은 컨퍼런스도 다르고, 토너먼트에서도 만난 적이 없어 직접적인 친분은 깊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조 감독은 16일에 가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잘 모른다. 몇 번 어울릴 기회가 있었지만 깊진 않다. 그러나 훌륭한 농구 감독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그가 해온 것들을 존중하고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시드 배정을 비롯 객관적 전력은 미시건주립대가 우위인 것은 확실하다. 빅텐 컨퍼런스의 경쟁력은 데이빗슨 대학이 속한 애틀랜틱 10 컨퍼런스보다 강하며 치열하다. (※ 빅텐 컨퍼런스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컨퍼런스 중 하나다. 다만 2000년 미시건주립대, 2002년 메릴랜드 대학 이후 우승팀은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4강전에 미시건주립대가 진출한 것이 가장 최근의 베스트 성적이었다.)

 

다만 다들 지적했듯 후반기 경기력이 많이 약했다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시건주립대는 빅텐 컨퍼런스 4강에서 퍼듀 대학에게 70-75로 패했다. 4강 진출 과정에서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었다. 좋은 일은 마커스 빙햄 주니어가 위스콘신과의 8강전에서 19득점 11리바운드 3블록으로 제법 끈적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 7피트, 4학년인 빙햄은 시즌 내내 이조 감독으로부터 가장 잔소리를 많이 들은 인물 중 하나다. 그러면서 기회도 적었는데 중요한 무대에서 활약해주면서 기세가 올랐다. 악재는 ‘부상’이다. 3학년 가드 타이슨 워커(188cm)가 퍼듀 전 시작 3분 만에 발목 부상을 입었다. 올 시즌 평균 8.1득점으로 3점슛도 49.3%로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축에 속했던 워커는 8강 당시 팀 승리에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이조 감독은 워커가 부상 직후 훈련을 한번도 갖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2학년 AJ 호가드, 198cm의 1학년 가드 맥스 크리스티 등 여전히 훌륭한 주력 선수들이 많지만 주력의 공백은 역시나 찜찜할 수밖에 없다.

 

데이빗슨은 많은 움직임으로 수비를 흔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록 후반기에 흔들렸다고는 하지만 미시건주립대는 장신가드 크리스티를 비롯해 길쭉길쭉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어 블록슛 뿐 아니라 샷 컨테스트도 위력적이다. 게다가 시즌 중 미시건주립대는 상대에게 단 31.2%의 3점슛 성공률만 허용했다. 빅텐 컨퍼런스 팀 중 가장 낮은 성공률이었다. 따라서 많은 스크린과 오프 더 볼 무브, 패싱 게임을 통해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 이현중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그들의 주무기가 외곽인 것은 이제 전국이 다 아는 사실이 됐지만, 반대로 A10 컨퍼런스에서는 상대가 알면서도 당해온 무기다. 올 시즌 전문가들이 꼽는 데이빗슨 대학 최고의 경기가 바로 지난 12월의 앨라바마 대학 전이었다. 앨라바마는 이번 시즌 데이빗슨이 만난 최고 팀 중 하나였다. 그런 팀을 상대로 79-78로 승리했고 3점슛도 24개 중 12개가 림을 통과했다는 점, 이현중 역시 17득점 4리바운드로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NBA 드래프트를 노리는 이현중 역시 명함에는 ‘슈터’와 ‘3점슛’부터 쓰게 될 것이다. 이 무기를 적극 어필해야 할 것이다.

 

탐 이조 감독은 데이빗슨 대학 전력에 대해 “추격상황에서 보았지만, 이번 시즌 데이빗슨은 굉장한 폭발력을 보이고 있다. 여러 선수가 여러 곳에서 터트릴 수 있다. 전미에서 슈팅이 가장 뛰어난 팀이다. 슛은 TOP10에는 들 것이다. 볼을 잘 돌리는 팀이기도 하다. 모션 오펜스는 아이오와 대학과 닮았다. 스카우트 하거나 준비하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4학년도 좋고, 두 자리 득점을 올리는 선수가 4명이나 있다. 3점슛 성공률이 40%를 넘기는 선수도 많더라. 무엇보다 포스터가 플레이를 잘 할 뿐 아니라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6피트 7인치의 이현중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들었다. 누군가는 ‘리(이현중)’가 애틀랜틱 10 컨퍼런스에서 TOP10에 있는 선수라는 말도 해줬다”라고 분석했다.

 

분위기 싸움

 

‘낯선’ 상대와 만나는 토너먼트 1회전은 어느 팀에게나 다 힘들다. 특히나 저학년들이 많은 팀일수록 긴장감을 빨리 깨고 경기에 녹아드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최근 맞대결 전적이 없는 두 팀이기에 더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비디오 스카우팅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이를 적용해 준비하는 것도 빠듯하다.

 

미시건주립대학도 토너먼트 연속 진출 기록을 갖고는 있지만 토너먼트 경험은 그리 많지는 않다. 지난해 같은 경우는 11번 시드로 진출해 UCLA에게 80-86으로 연장 끝에 패, 한 경기만에 토너먼트를 마쳤다. 고학년들도 토너먼트에 익숙하지가 않다. 4강까지 갔던 2019년 당시 빙햄 주니어는 1학년이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정상 개최되지 않았다. 이는 실제로 탐 이조 감독이 몇 번이나 언급한 불안요소다. 토너먼트도, 상대도 낯선 건 데이빗슨 만큼이나 미시건주립대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는 이현중 선수. 우리 모두의 응원이 필요할 때다. / 사진 = gettyimages Korea

 

따라서 먼저 평정심을 갖고, 장점(외곽 기회 + 수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현중 역시 평소처럼 명상을 갖고, 멘토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토너먼트 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CAA 토너먼트는 수많은 농구선수와 농구팬들에게는 평생의 추억거리가 될 수 있는 무대다. KBL에서 뛰는 외국선수들이든, NBA 스타들이든 누구든 그 무대를 밟아본 선수들은 입을 모은다. “평생 잊지 못할 분위기”였다고.

 

팀의 주역으로 NCAA 토너먼트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정식 중계가 되지 않는 것이 한에 남을 일이지만) 우리 농구팬들에게도 그 자랑스러운 무대에 대한민국 농구선수가 서는 모습을 목격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현중 선수가 떠나 다치지 않고, 자신있게 보여주고 싶은 모든 플레이를 다 보여주는 그런 무대가 되길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글=손대범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