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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뜨거운 감자' 백차승 딜레마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9. 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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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5. 29

 

그는 선택권이 없다.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다른 한국인 메이저리거와 또다른 점이다. ‘그’는 바로 백차승(27. 시애틀 매리너스)이다.

5월2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위원장 윤동균)는 오는 11월26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예선전을 겸한 제 24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할 국가대표팀 1차 예비엔트리 55명을 발표했다.

 

▲ 시애틀 매리너스 백차승 /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가운데 해외파로는 일본에서 활약중인 이승엽(31.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병규(33. 주니치 드래건스)와 박찬호(34. 뉴욕 메츠 산하 3A), 김병현(29. 플로리다 말린스), 서재응(30), 류제국(24. 이상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등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과 추신수(25.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3A)가 포함돼 있다. KBO는 조만간 허구연 기술위원을 미국 등지로 파견, 예비명단에 든 해외파 선수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최근 가장 좋은 구위를 과시하고 있는 백차승은 예비명단에서 빠졌다. 성적과 구위만을 놓고 본다면 백차승도 마땅히 대표후보군에 낄만하지만 그의 미국 국적이 걸림돌이 됐다. 백차승은 지난 5월17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선발 등판, 7이닝 무사사구 1실점, 7탈삼진으로 빼어난 투구내용을 과시했다. 올 시즌 2승2패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그는 현재 한국인 빅리거 가운데 가장 안정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KBO 기술위원회는 백차승의 대표팀 발탁 문제를 놓고 그 동안 은근히 고심해 왔다. ‘올림픽 본선진출’이라는 지상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국적변경의 멍에를 안고 있는 백차승을 섣불리 발탁하는 것보다는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선택을 할 것인가.

1차 결론은 ‘아예 손대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자칫 ‘백차승 문제’를 잘못 건드렸다간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차 예비명단 발표 때 백차승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그렇다하더라도 KBO의 한 관계자는 “백차승은 현재 왕젠밍(뉴욕 양키스)과 견줄 수 있는 선수인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KBO의 딜레마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여론이 불보듯 뻔한 백차승의 대표 발탁 문제는, 조금 신파조로 말하자면 ‘사랑을 택하자니 돈이 아쉽고 돈을 택하자니 사랑이 울고’식이다. 한국이 올림픽 우승을 겨냥하고 있는 막강한 일본과 투수력이 단단한 대만과 정면대결을 하자면, 백차승 같은 인재가 필요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한국인 빅리거의 상징적인 존재인 박찬호와 서재응의 구위가 예전과 같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 [설왕설래] 국적 포기 삽화 / 세계일보


백차승은 최근 자신의 미국적 선택과 한국적 포기에 대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5월23일 한국특파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백차승은 “2005년 4월쯤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시민권을 얻으면서 한국국적은 자연히 말소됐다”면서 “팬은 물론 나자신에게도 미안하다”는 말로 회한서린 심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백차승은 아울러 “대표팀에 뽑히는 것은 항상 내가 바라는 것”이라고 밝혀 대표로 발탁된다면 합류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야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는 해도 백차승의 한국적 포기는 ‘병역기피’라는 원초적 굴레를 배경으로 깔고 있어서 쉽사리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 일반의 정서이다.

‘뜨거운 감자.’ 백차승을 보는 한국 프로야구계의 시각이다. 과연 백차승을 어떻게 해야할까.

국제야구연맹(IBAF)에 따르면 새로운 국적을 취득한 선수는 ‘3년간’그 나라의 대표선수로 뛸 수 없다. 그렇다면, 옛 국적의 나라 대표팀으로 뛸 수 있는지 여부가 백차승 대표 발탁의 또 다른 장애요인이다.

이와 관련, KBO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IBAF에 질의서를 보내 백차승을 예로 들어 현재 미국시민권자인 한국인 선수의 대회 출전 가능여부를 타진했다. IBAF는 ‘백차승이 현재 미국시민권자인가’를 되물어와 KBO측이 한국대표로 뛸 수 있는 지, 그 자격유무에 대한 2차 질의서를 보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 백차승의 미국진출을 보도한 당시 신문기사 / 경향신문


미국국적 취득과, 그에 연계된 ‘근본적인 자격요건(한국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지)’의 장애가 해소되지 않는한 백차승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만약 그같은 난관을 넘어 백차승이 한국대표로 발탁된다면, 그 기회는 오는 11월 올림픽 예선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한국이 1차예선을 통과하지못하고 2차예선으로 미끌어진다면, 그 때는 시즌을 코 앞에 둔 시점이어서 백차승은 합류할 수 없다.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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