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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스토리] '커리와 남다른 인연' 새로운 팀에서 저의 도전이 시작됩니다!

--이현중 농구

by econo0706 2023. 2. 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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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23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구선수 이현중입니다. 한 달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금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곳은 일교차가 정말 큰 것 같습니다. 낮에는 되게 따뜻하고, 밤에는 쌀쌀하죠. 물론 한국의 겨울과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지난 한 달간 저는 농구 훈련도 열심히 하고, 또 비자를 받기 위해 캐나다도 다녀왔어요. 이동이 참 많았던 나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의미 있는 첫 스텝을 밟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제 근황과 함께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기뻐할 만한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 저는 20일, G리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에 합류했습니다! / 사진 = Santa Cruz Warriors Official

 

‘혹시’와 함께한 추억여행

 

얼마 전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데이빗슨 대학을 다녀왔습니다. 저를 스카우트하고, 지도해 주셨던 밥 맥킬롭 감독님의 은퇴식이 열렸거든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일 것 같아서 가보고 싶었죠. 감독님 은퇴식은 우리 학교와 포드햄 대학 경기에서 진행됐어요. 늘 선수로서 코트에 섰지만, 이번에는 ‘학생’ 입장에서 경기를 보고 싶었어요. 3년간 있었던 집이나 다름없었던 곳이니까요. 

 

저는 학생 섹션인 2층 1열에 앉아 있었는데 재밌는 일이 많았어요. 경기 중 자주 마주쳤던 심판 분께서 저를 보더니 ‘네가 거기 왜 있어?’라는 표정을 지으며 놀라시더라고요. 여전히 제 유니폼을 입고 계신 분들도 있었어요. 기분이 이상했죠. 등번호 1번에 ‘LEE’를 새긴 한국인 신입생 분들도 와서 인사해 주셨어요. 또 할머니, 할아버지 관중께서는 “지금 교체해서 뛸 수 없냐”고 말씀해 주셨죠. 말씀만으로도 고마웠습니다. 경기 전에 포스터 로이어 선수도 잠시 봤는데, “언제든 교체할 수 있으니 들어와”라고 말해주더군요.

 

▲ 데이빗슨 대학의 자랑스러운 'No.1 LEE' / 사진 = 이현중 선수 본인 제공

 

맥킬롭 감독님도 정말 반가워해 주셨어요. 정말 진-하게 포옹해 주시며 “와주어서 고맙다”라고 해주셨죠. 저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러다 “네가 이번 시즌도 뛰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오랜만에 본 데이빗슨 대학 농구팀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아무래도 전 시즌에 뛰던 선수 중 10명이 빠지고, 감독님도 은퇴하시다 보니 변화가 있었죠. 사실 성적은 안 좋아요. 승률 5할에 못 미치고 있죠. 그럼에도 관중분들은 여전히 소리도 질러주시고, 즐겁게 응원해 주셨지만, 아쉬운 플레이가 나올 때면 탄식과 한숨 소리도 들려 안타까웠습니다.

 

캠퍼스는 여전했어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만약 프로 진출을 하지 않고 1년을 더 남았다면 어땠을까? 우리 팀은 정말 더 강해졌을까? 그런 ‘혹시’라는 단서를 붙인 생각을 하곤 했죠.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다시 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제 선택이니까요. 아쉬움은 없습니다. 과거에 머물수록 발전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에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너무나도 달랐던 오타와

 

어머니는 21일에 귀국하셨어요. 한 달 조금 넘게 지내다 가셨죠. 어머니와 제 매니지먼트를 도와주시는 유세영 대표님, 누나가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유 대표님은 운동 스케줄을 잡고, 체육관을 어레인지하고, 비자 서류 챙겨주시는 등 많은 것들을 도와주셨어요. 대표님이 안 계셨으면 모든 것들이 어려웠을 거예요. 어머니는 계속 식사 챙겨주시고, 누나도 함께 도와주었죠. 사진과 동영상도 찍어주시고요. 다들 감사하죠. 저 혼자 다시 왔다면 외롭고 힘들게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캐나다 오타와를 다녀왔어요.

 

제가 더 이상 학교를 다니는 게 아니라 학생 비자가 허용이 안 되더라고요. 일단은 관광 비자로 왔는데, G리그 선수로 뛰려면 워킹 비자가 필요했어요.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받아야 한다고 해서 가장 빨리 다녀올 수 있는 오타와를 선택했죠. 북미에는 워낙 운동선수가 많다 보니 과정은 수월했어요. 보통 비자 인터뷰는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들었는데, 그날 바로 주더라고요. 

 

오타와에서는 2박 3일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춥더라고요. 영하 8도까지 내려갔으니 제가 지내던 캘리포니아와는 비교가 안 됐죠. 몰(mall)이 하나 있어서 아이쇼핑도 했죠. 그런데 제 사이즈의 신발은 없더라고요. 

 

2주간 노스캐롤라이나-오타와를 오가면서 시차도 바뀌고 비행기도 자주 타서 힘들었어요. 캐나다에 갈 때 비상구 자리를 얻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더라고요. 좌석이 좁아 고생 좀 했죠. 게다가 직항이 없어서 LA에서 시카고로, 시카고에서 다시 오타와로 가야 했어요. 올 때도 마찬가지로 뉴욕을 경유했고요. 미국 국내선은 워낙 딜레이가 잦다 보니 이번에도 가슴을 졸여야 했어요. 2시간이 딜레이가 된 거 있죠. 자칫 다음 비행기를 놓칠 뻔 했는데, 다행인지 경유지에서도 딜레이가 된 덕분에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더 디테일해진 개인 훈련

 

캘리포니아에 있는 동안 훈련은 여전히 똑같았어요. 찰리 토레스 코치님과 스킬 트레이닝을 하고, 리벨 박사님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했죠.

 

찰리 코치님의 트레이닝은 굉장히 디테일해요. 누구보다 트레이닝에 진심이시죠. 비디오 분석을 많이 하고, 어떤 스타일로 갈지 대화를 많이 나눠요. 찰리 코치님은 NBA 선수들과 함께 일해서 그런지 잔지식이 굉장히 많으세요.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했는지,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주시죠. TMI도 많으시고요. 하하. 

 

아무래도 클레이 탐슨의 트레이너이다 보니 탐슨 영상을 자주 봐요. 마침 제 롤모델도 클레이 탐슨이잖아요. 탐슨 영상을 보면서 어떤 버릇을 갖고 있는지를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세요. 돌아 나와서 3점슛을 넣는 장면을 보는 게 아니라, 돌아나가기 위해 스텝은 어떻게 밟고, 수비자를 떨쳐내기 위해 손은 어떻게 하고, 몸싸움을 어떻게 가져갈지 보여주시죠. 제가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에요. 그동안 영상 분석은 주로 전술, 전략 위주였기에 찰리 코치님의 이런 분석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오타와에 가기 전에는 픽업 게임을 한차례 가졌어요. 아무래도 비자 발급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잠시 농구를 못할 것 같아서요. 픽업 게임을 할 때는 김효범 코치님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뛰었습니다.

 

아무래도 픽업 게임은 실전이랑 많이 다르잖아요. 틀이 없다 보니 1대1이 많이 이뤄지죠. 저도 픽업 게임에 임할 때면 제가 안 하던 스타일의 농구를 했죠. 그래서 체력 운동이라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김효범 코치님이 픽업 게임을 할 때도 네 농구를 하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드리블 대신 볼 없이 많이, 그리고 간결하게 움직이면서 찬스를 노리라고요. 한국에 있을 때야 볼 핸들러가 되어 득점을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에는 저보다 뛰어난 핸들러들이 많잖아요. 슈팅 위주로 경기를 가져가기 위해 일부러 핸들링을 맡기고 넘어가서 찬스를 노렸어요. 스크린도 이용하고요.

 

곧 TV에서 뵐게요!

 

미국에 있는 동안 함께 재활을 했던 LG 양준석 선수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여기서는 KBL 경기를 볼 수가 없어요. 대신 유튜브 하이라이트를 찾아보고 있죠. 잘 적응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둘 다 부상으로 엄청 힘들어할 때부터 같이 시간을 보냈잖아요. 잘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힘이 나요. 격려차 연락을 했는데 ‘아직 멀었다’며 포부가 대단하더라고요. 꿈이 굉장히 큰 선수고, 부족한 걸 알고 보완하려는 친구예요. 체구는 작지만 ‘깡’하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의 다음 소식을 전해드릴 차례입니다. 너무 뜸을 들였죠?

 

곧 TV에서 뵐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저는 20일에 G리그 팀 산타크루즈 워리어스에 합류했습니다. 한국에서부터 산타크루즈가 저를 원한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는데, 과정이 복잡했어요. 아무리 프리 에이전트라고 해도 순번이 있다 보니, 다른 팀들이 다 저를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해야 계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죠. 산타크루즈는 13번째였기에 12팀이 저를 패스해야 했습니다. 듣기로는 다른 한 팀이 저를 원해서 이 부분 협상을 하는 게 시간이 걸렸다고 해요.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 느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를 원하는 팀이 또 있다는 사실이 기뻤죠. 어느 팀인지 빌 더피 에이전트께서 말씀은 안 해주셨지만 말입니다.

 

산타크루즈까지는 LA에서 직접 차로 이동했어요. 처음에 차를 사서 LA에 오는데, 딜러분께서 샌프란시스코 길거리는 아무 데나 주차하면 절도 위험이 있으니 절대 안 된다고 말씀하셔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곳은 정말 조용해요. 북유럽 같다고나 할까요? 해변도 있고요. 굉장히 평화로운 분위기죠.

 

사실, G리그 일정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제가 지금 바라보는 메인 무대는 서머리그인 만큼,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게 목표입니다. 공식 합류에 앞서 연습 체육관을 다녀왔는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비하면 시설은 작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체육관 자체는 굉장히 좋고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처음에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들었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너무 흥분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치지만 않았다면 투웨이 계약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으니까요. 다만, 다시 건강히 잘 회복해서 농구를 한 덕분에 오퍼가 왔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냉정하게 바라보며 제 장점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재밌게도 이번에도 스테픈 커리 선수와 링크가 되었어요. 대학도 커리 선수의 모교를 나왔는데, 첫 프로팀도 비록 NBA팀은 아니지만 워리어스 팀의 산하 구단이잖아요. 비록 커리 선수를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영광이라 생각해요. 농구의 트랜드를 바꾼 선수잖아요. 제가 열심히 한다면 같이 연습해 볼 기회도 얻을 수 있겠죠? 정말 잘 해서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얼마 전 NBA 올스타 덩크슛 컨테스트에서 맥 맥클렁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더라고요. 괴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나의 퍼포먼스가 G리그에 있는 선수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언젠가 그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많이 기대해 주세요! 늘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현중 / 전 데이빗슨대 선수

 

네이바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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