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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장성호의 삼진과 안경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3. 3. 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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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08

 

KIA 장성호는 올 시즌부터 안경을 썼다. ‘이제 노안인거냐’는 농담에 “다시 타격왕 하려고요”라는 진담이 돌아왔다. 지난해 놓친 10년 연속 3할 타율의 아쉬움이 그 안경에 담겨 있었다.

 

지난 1월 대만에서 열린 올림픽 1차 예선 때 일이다. 장성호는 “저녁 늦게 외야에 나가서 훈련하는데 갑자기 공이 잘 안 보여서 예선 끝나자마자 병원과 안경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타자에게 있어 눈은 생명이다.

 

카를로스 델가도(뉴욕 메츠)는 “가질 수만 있다면 슈퍼맨의 눈을 갖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장성호는 그래서 안경을 맞췄다. 안경을 벗어 보이더니 “이게 36만원짜리”라며 씩 웃었다.

 

안경은 대번에 효과를 냈다. 시즌 도중 갈비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고 있지만 7일 현재 타율이 3할4푼2리다.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타격 3위다. 무엇보다 삼진이 줄었다.

 

6월29일 사직 롯데전에서 조정훈에게 삼진 2개를 당하기 전까지 장성호의 시즌 삼진은 11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삼진은 22개다.

 

장성호의 시즌 최소 삼진은 지난해의 30개였다. 22개에서 멈춘다면 프로야구 통산 규정타석 기준 역대 38위다. 126경기 시대(1991년) 이후로 따지면 2위다.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가장 적은 삼진을 당한 선수는 ‘원조 도루왕’이자 ‘대도’라고 불렸던 해태 김일권(전 삼성 코치)이었다.

믿어지지도, 실감나지도 않지만, 김 전 코치는 태평양에서 뛰던 1988년 343타석에 들어서고도 삼진을 8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역대 2위는 삼성 배대웅이 82년에 기록한 10개다.

 

이제는 은퇴한 김 전 코치에게 비결을 묻자 “그거야 뭐, 일단 선구안이 좋아야 하고…”라는 공자님 말씀. 여기에 슬쩍 “마이 게임의 맛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 게임? “뻔하지 뭐, 야구는 내가 하는 거잖아”라며 허허 웃는다.

 

김 전 코치의 설명이 이어졌다. “스트라이크 존 규정이 있잖아. 근데 그게 다 심판마다 달라. 심판만 믿고 있으면 볼이 스트라이크가 되고, 스트라이크가 볼이 돼. 그러면 그게 내가 하는 야구가 아냐. 내가 기준을 만들고 내가 판단하고 그 공을 내가 때려야 되는 거지. 그래야, 야구가 마이 게임이 되는 거다”라는 대답.

 

도루도 마찬가지다. “감독 사인이 나오면 경직되고 잘 안 된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하고 뛰어야 그게 마이 게임이고,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옛날에 해태가 야구 참 잘했다”고 덧붙였다. ‘막강 해태’의 비결은 ‘마이 게임’이 아니었을까. KIA 이종범은 그래서 “내가 강하면, 팀이 강해진다”고 했다.

 

물론 반대도 있다. 두산 고영민의 삼진은 7일 현재 59개로 롯데 카림 가르시아에 이어 2위. 두산 김광림 타격코치는 “타석에서 고영민의 고집이 너무 세다”고 했다. 한번 슬라이더에 꽂히면, 끝까지 슬라이더만 친다. ‘마이 웨이 삼진’이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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