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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임태훈 “만만한 직구 때문에…”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3. 4. 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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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9. 02

 

직구가 제일 자신 있는 소년이 있었다. 시즌 초반 “직구를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깨달은 것 같다”던, 이제 겨우 프로 2년차의 치기어린 당당함이 오히려 신선했다. 구속도 조금 빨라져 있었다. 두산 임태훈은 2년생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명단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7월13일. 대표팀 주요 코칭스태프가 결정한 명단에는 임태훈의 이름과 함께 윤석민도 포함돼 있었다. 명단을 귀띔받았던 임태훈은 신이 나 있었다. 12일과 13일 연속으로 마운드에 올라 2와 3분의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터였다. 그런데 하루가 흐른 뒤 윤석민이 빠졌고 그 자리에 대신 권혁이 들어왔다. 임태훈을 두고 ‘제식구 챙기기’라는 말이 많았다. 임태훈은 실력으로 말을 잠재우고 싶었다.

 

욕심을 냈다. 15일 SK전, 17일 SK전에 모조리 등판했다. 18일 광주 KIA전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6일 경기는 비 때문에 치르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 12일부터 두산이 치른 5경기에 모두 나와 던졌다. 결국 4와 3분의 2이닝 4실점. 이후에도 1경기 잘 던지고, 1경기 망치는 징검다리 피칭이 이어졌다. 임태훈은 “감독님 ‘빽’ 때문이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었다. 보여주려 했더니 힘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결국 임태훈은 마지막 순간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네덜란드와의 평가전 부진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팀워크를 먼저 고려하는 김경문 대표팀 감독 스타일 때문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구설의 싹을 잘랐고, 임태훈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가 벗었다. 사실 이미 올림픽 브레이크를 앞두고 임태훈은 대표팀 탈락 언질을 받았다. 네덜란드전에서 공 끝에 힘이 들어갈 리가 만무했다. 대표팀 옷을 벗던 날 임태훈은 “좀처럼 안 마시는 술을 미치도록 마셨다”고 했다. 조금만 더 잘 던졌더라면, 스스로의 힘으로 구설을 잠재웠더라면 하는 후회가 담긴 술이 연거푸 뜨겁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올림픽 야구경기를 볼 수 있었나’라는 우문에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다 봤다”는 현답. “(김)광현이의 슬라이더가 굉장해졌다. 직구와 같은 동작과 타점. 거기에 슬라이더의 속도와 각이 다 다르더라”는 라이벌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이제는 아프지 않은 걸까.

 

임태훈은 “직구 때문이었다”고 했다. 가장 자신 있는 구질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후반기 첫 경기였던 SK전에서 3실점 패전도 모두 직구를 고집하다 맞았다. 모든 타자들은 임태훈의 직구만 노리고 들어온다. 그래서 배웠다. 임태훈은 “볼카운트 2-3에서 던지는 커브의 매력을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이제 겨우 스무살. 대표팀 탈락의 아픔은 강철 같은 직구의 힘 대신 날카롭게 휘어지는 대나무의 위력을 알게 했다. 임태훈의 야구는 이제 겨우 1회초. 볼카운트는 그래봤자 0-1 정도일 뿐이다. 2구째가 막 손에서 떠났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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